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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 공포 썰 3년 전 여름,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기후에 있는 어느 산길을 넘어가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다행히 휴게소인지 주차장인지 비스무리한 곳이 눈에 들어와, 잠시 비도 피할겸 들어섰다.​거기에는 주차장, 화장실과 더불어 휴게실 같이 생긴 오두막이 있어, 안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있었다.​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사이 빗줄기는 잔뜩 거세지고 번개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언제 비가 그칠지도 모르겠기에, 나는 우비를 꺼내쓰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우비를 꺼내려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리고, 뒤적거리며 우비를 꺼냈다.​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벤치에 노부부가 앉아있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언제 온거지?​조금 당황했지만, 내게는 그보다 폭..
통증 / 오싹한 무서운 이야기 친구와 만나서 놀다가 밤늦게 집에 오던 날이었습니다.​11시 가까이라 그런지 전철 안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자리에 앉아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그 상태로 가위에 눌리게 되었습니다.​평소에 집에서도 자다가 가위에 잘 눌렸던 터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몸을 움직여보려고 하는데, 주위가 보였습니다..​분명히 잠들기 전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혼자 그 칸안에 남겨져있단 생각이 들자 겁이나기 시작했습니다.​그때, 맞은편으로 열리는 문에 어떤 한 여자가 기대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그녀의 옷차림이었습니다.​새빨간. 너무나도 선명한 붉은 색의 투피스에, 그와 맞춘듯한 빨간 하이힐.​그리고 허리까지 길게 ..
전화 / 무서운 이야기 이 이야기 역시 제가 예고 시절 겪은 기이한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당시 저에겐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저는 집에서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방과 후 귀가했기에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평소랑 다른 점이라면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푸르스름했다는 것 정도?​하지만 공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저 좋은 색감이다 싶어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그 때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그런데 세상에, 다짜고짜 저한테 고래고래 화를 내며 장난치지 말라는 겁니다.​무슨 얘기인가 자조치종을 물어봤죠.​남자친구가 저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제가 받더니 이렇게 말하더라는 겁니다.​"어... 야, 있잖아... 내가... 꺄아아아아!"​말하다가 갑작스레 비명을..
동굴 / 무서운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에 한 동굴이 있었다.​동굴이라고 해도 산속에 있는 게 아니었다.​마을 가운데 지나는 철도를 건너기 위해, 건널목이 아니라 그 아래를 굴로 만든 인공굴이었다.​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듣기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지나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그렇게 넓은 굴은 아니었기에, 자동차는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자전거도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을 정도다.​게다가 비가 오면 중간중간 비가 새어, 지나갈 때 ​옷이 젖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 맞춰 새는 곳을 지나가야 하기도 했다.​물론 지금은 공사를 해 자동차도 지나갈 정도로 확장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그 동굴이 작았던 무렵, 내가 학생일 때 이야기다.​어느날, 친구와 그 동굴을 지나가려 하고 있던 터였다.​맞은편에서는 한 할머니가 우리 반대편을 향..
빡빡산 / 무서운 이야기 제가 중학교 때 일이니 90년대 후반이겠군요.​당시 저는 의정부에 살았습니다.​평안운수라는 버스회사 뒷쪽에 살았는데, 삼촌댁도 그 근처여서 주말이면 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과 어울려 놀았습니다.​외삼촌댁에는 조그만 뒷산이 있었는데, 사실 산이라기보단 돌, 모래, 잡풀들 그리고 나무 몇그루로 된 조그만 언덕이였습니다.​우리는 그 곳을 "빡빡산" 이라고 부르며 메뚜기, 잠자리도 잡고, 모래썰매도 타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일종의 자연 놀이터인 셈이었죠.​빡빡산을 기준으로 오른편엔 삼촌댁이 있는 주거지역이 있었고, 왼편은 숲이 우거진 산이었습니다.​그리고 숲이 우거진 산과 빡빡산 사이에는 동네주민들이 가꿔놓은 텃밭들이 크게 있었습니다.​친구들과 사슴벌레 잡으러 갈 때면, 텃밭을 5분정도 가로질러 숲까지 걸어가..
그림 / 오싹한 무서운 이야기 정년퇴직 후, 할아버지는 취미로 유화를 그렸다.​인물화에 풍경화까지 딱히 가리는 것 없이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셨다.​그림들은 집에서 약간 떨어진 작업장에 장식해뒀고.​할아버지 댁에 가면 매번 새로운 그림들을 구경하곤 했다.​하지만 그 중 풍경화 한장이, 어릴 때부터 보기 두려웠었다.​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산 속을 흐르는 작은 강이 그려진 풍경화다.​나무들 사이를 발목 정도 찰 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 어찌보면 마음이 놓이는 그림이다.​하지만 내가 무섭다고 느낀 부분이 하나 있었다.​할아버지는 기묘하리만치 풍경화에는 사람을 그려넣지 않았다.​풍경화에는 풍경만을 담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 그림에는 앞에서 흘러오는 강 안쪽에, 한 여자가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할아버지가 지인을 일부러 그렸나 싶기도 했지만..
도박 / 무서운 이야기 10년 정도 전 이야기다.​나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친구 중에는 정말 한심한 녀석이 하나 있었다.​일은 할 생각도 않고, 여자한테 들러붙어 기둥서방질이나 하고 사는 놈팽이였다.​용돈을 받아서 파칭코나 마작 같은 도박으로 탕진하곤 했다.​돈을 주는 여자는 여럿 있는 것 같았다.​가끔 게임센터에서 마주치거나 하면 매번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있었다.​전부 한창 때가 지난, 지쳐보이는 기색의 노래방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다.​어느날, 또 그 녀석과 게임센터에서 마주쳤다.​여자를 둘 데리고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었다.​물장사하는 사람이 입을법한 옷을 입고, 여자 둘은 녀석의 양 옆에 앉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그것 참 잘났구만." 하고 생각하며, 인사만 건넸다.​잠시 게임을 하다 다른 친구랑 밖에 나와 자판기..
할아버지 / 무서운 이야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전쟁 도중 체험한 이야기다.​할아버지는 남쪽에서 미군과 전투를 했다는데,​운 나쁘게도 열세인 곳에 배치되어 서서히 후퇴하는 나날이 이어졌다고 한다.​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본대 위치가 발각되어 공습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필사적으로 후방을 향해 도망치는 사이, 동료들은 하나 둘 죽어나갔다.​할아버지도 죽음을 각오하고 이동했지만, ​하루만 더 가면 안전해질 지점에서 폭탄이 떨어졌단다.​정신을 차리니 아군 진영인지, 병사들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강에서 가까운 공터 같은 곳이었는데, 많은 병사들이 뒹굴며 놀고 있어 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할아버지는 근처에 있던 위생병에게 자기네 부대는 괜찮은가 물어봤다.​[강가 근처에 있을걸?]​강가에 가자 대장은 보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