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들어줘.
나는 영감 같은 건 안 갖고 있어.
하지만 공포라는 의미로는, 유령 같은 것보다 훨씬 무서운 놈을 갖고 있어.
옛날에 작은 인쇄회사 같은 곳에서 일을 했어.
정말 끔찍한 회사로,
야쿠자가 만드는 가짜 주권이라던가,
정치 단체의 비방 전단지라던가,
법률에 걸릴 듯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했었어.
근데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
초등학생 여자애가 부모랑 같이 왔어.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가져온 손으로 적은 종이. 이걸 잔뜩 인쇄해달랬어.
솔직히 개인 의뢰 같은 건 안 받고,
[편의점에서 복사하는 편이 훨씬 싸]
라고 일부러 상사가 알려주었지만,
[모든 돈 전부 드릴게요.]
라면서 말을 안 듣는 거야 그 꼬맹이가.
바보지.
이런 수상쩍은 회사에 필요도 없는 복사비를 뜯기다니.
하지만, 아마 그때는 모두가 똘똘 뭉쳤던 것 같아.
이 애를 도와주고 싶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
이것저것 고쳐서, 거 참 훌륭한 전단지를 대량으로 뽑아주었어.
고양이 사진 같은 것도 빌려서,
손으로 쓴 게 아니라 컬러로 사진 인쇄를 했어.
뭐 그렇게, 납입날이 됐어.
상사가 그 가족에게 머리를 숙였어.
그땐 개 쫄았음.
야쿠자 놈들한테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귀신같은 상사였기 때문에,
처음엔 왜 머리를 숙였는지, 바보인 나는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고 있었다고 생각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프로가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원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라는 거야.
뭐라는 거야 이 사람, 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후 나온 말이 지렸어.
[사죄라고 하긴 그렇지만, 대신 준비했습니다.
물론 대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계약 불이행이므로, 패널티로써, 전단지 배포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론 잃어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작업실 벽에 계속 붙여 두었어.
이 남자라면 따1먹혀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
뭐, 그땐 일이 없어서 심심했던 것도 컸지만 말이야.
응? 고양이는 찾았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트에서 할머니한테 먹이를 얻어먹고 있었어.
전단지 덕에 할머니가 연락을 준거야..
뭐, 이런 느낌으로, 도산 직전의 바보들 투성인 회사였어.
미안, 얘기가 엇나갔네.
아무튼, 여기서부터가 무서운 얘기야.
줄거리 존나 길지.
뭐, 남자는 길게 가는 편이 좋다고 하잖아. 봐줘라.
당시, 한 양아치가 어떤 사무소에서 돈을 들고 튀었다는 거야.
뭐, 흔히 있는 얘기지.
그래서, 풍속이라던가 사우나라던가,
야키니쿠 식당이라던가,
러브호텔이라던가,
그쪽 계열 가게에 돌리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달라는 일이 들어왔어.
태반은 탐정이라던가 그런 걸로 찾아서 뼈도 못 추리게 하고 끝.
하지만 이번엔 인해전술이라는 걸로 간다는 거야.
우리 회사가 돈을 벌게 되는 거니 사정은 노상관이지만.
왜냐면 아랫놈들의 충성도를 시험하고 싶다던가.
...최악인 것은 나와 그 녀석이 '슬롯친구(빠칭코 같이 다니는 사이)' 였다는 점.
연락처도 집도 알고 있었어.
사진을 봤을 때, 위험하다고 생각했어.
진짜 악마랑 천사가 머릿속에서 싸우고 있었어.
내가 한마디 하면 이 얘기는 그걸로 끝이야.
주소도 전화번호도 지금 말하면 금방 끝나.
아마 보너스도 나와, 라며 악마가 말해.
...아니 기다려,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
짧은 시간이라도 친구는 친구잖아.
슬롯비 빌리고, 밥도 얻어먹고 그랬잖아,라고 천사가 반론해.
머릿속으로 개판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이 이미 주문은 받은 상태였어.
후회한 것보다
'에라 모르겠다~'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뭐, 친구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나중에 증명되었어.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상대도 그리 생각했다는 거지.
유감스럽게도.
다음 다음날 정도려나.
한밤중에 그 녀석이 우리 집에 왔어.
딩동딩동딩동딩동 진짜 시끄러워서,
빡치면서 문을 여니까, 그곳에 고릴라 같은 우락부락한 그 녀석이 있었어.
아아, 이렇게 됐으니 이제부터 이 녀석을 '고릴라' 라고 할게.
아무튼, 고릴라가 사정을 설명하는데,
이미 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잔뜩.
애초에 난, 고릴라말 모르고.
뭐, 농담은 이 정도로 하고, 사정을 멋대로 얘기하는 거야.
우리 집에 쳐들어와선.
존~나 평범한 이유. 돈을 빌렸대.
병약한 여동생이 있다던가,
망하기 직전의 시설에 기부라도 하기 위해 필요했다면 나도 동정했을 거야.
근데, 그 녀석의 이유는 여자와 관련된 거였어.
분수도 모르고 고급 클럽 누님한테 돈을 바쳐대려고 돈을 잔뜩 빌렸다는 거야.
이제 와서 그 여자한테 속았다 우호우호 거려도 의미없고,
것보다 빨리 나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
내가 마크 당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지만,
만일의 일을 대비해야지.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격언, 누가 생각한 걸까.
고릴라는 나를 혼신의 힘을 다해 꽉 붙잡았어.
만약 여기서 쫓아내서 자기가 잡힌다면,
공범자로써 네 이름을 불 거다, 라며 협박하기 시작했어.
진짜 어떻게 하면 좋냐.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야쿠자 놈들한테 넘겼으면 됐을 것을,
그걸 못하겠으면 누군가에게,
예를 들면 상사라던가에게 말을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을 숨겨주고 말았어.
그 탓에 발가락이 잘려나갔는데,
그건 나중에 얘기할게.
그 후 며칠간 정신적으로 진짜 힘들었어.
낮에는 일을 하며 고릴라의 얼굴을 인쇄해
야쿠자가 새로운 정보를 넣으라며,
계속해서 새로운 전단지를 만들게 해.
지쳐서 아파트에 돌아오면 고릴라가 집에 있어.
이젠 뭐 내 생활이 고릴라 투성이.
여기가 무슨 동물원이냐 진짜.
처음에는 축생이라도 죄악감이 있었는지, 고릴라는 얌전했어.
하지만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게 질린 건지,
이것저것 주문을 해대기 시작했어.
콜라 마시고 싶다, 잡지 사와라, 라면 먹고 싶다. 등등.
...빨리 꺼져주길 바랐어.
뭐 흐름적으로 알 거라 생각되지만,
고릴라는 등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무서운 사육사님들에게 포획당했어.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집에 귀가했어.
그리고 현관문을 연 순간, 갑자기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갔어.
철컥, 우왓!
같은 식으로
영문도 모른 채 입이 테이프로 봉인, 손과 발은 아마 포장 비닐끈.
그거 손에 죄여서 아프고, 뭔가 뜨거워진단 말이지.
손발이 비닐끈으로 묶이고, 뒹굴, 하고 바닥에 구르게 됐어.
존나 익숙한 손놀림이라고 생각해.
저항하려고 생각하기도 전에 내 손발의 움직임은 이미 봉해졌어.
위험해 위험해 라는 감정이 머릿속에 한가득이었는데,
고릴라가 없다는 게 신경 쓰였어.
그러자 그중에서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바닥에서 구르고 있는 내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묘한 발음에, 이상할 정도로 새된 목소리라 귀에 윙윙 울리는 목소리였어.
악마의 목소리라는 건, 그런 목소리라고 생각해.
[너, 그놈 동료냐?]
나는 과장될 정도로 고개를 흔들었어.
바닥에 머리가 쾅쾅 박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어.
[여기 네 방이잖아. 동료가 아니면 뭐냐?]
설명하고 싶어도 입에 테이프가 둘둘 말려 있으니 웅웅 거리며 말할 수밖에 없었어.
뭐, 상대도 내 존재는 수수께끼였던 것 같아.
[일단 다른 데로 가자.]
라며,
아까 그 새된 목소리의 남자가 주변 남자에게 지시했어.
새까만, 창문도 없는 밴 같은 거에 태워져, 수건 같은 걸로 내 눈은 가려졌어.
시간 간격 같은 건 잘 모르겠어.
1시간 정도 달린 것 같아.
밴에서 내리고,
강제로 걷고,
수건이 풀리자
내 눈앞에는 전라가 된 고릴라가 있었어.
콘크리트 바닥에 눕혀져 있는 고릴라는 으-으- 하고 신음하고 있었어.
코와 뺨의 위치가 똑같이 보일 정도로 얼굴이 빵빵하게 부어 있었어.
온몸이 퍼렇고 거멓고 온갖 색으로 반점이 생겨있었어.
아마 너무 많이 맞아서, 여러 곳에 내출혈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해.
내가 온 건 눈치 못챈 것 같았어.
나는 한 번에 테이프가 벗겨진 후,
아까 그 남자에게 또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받았어.
[어이, 너. 이 새끼랑 무슨 사이냐?]
아마, 이때 대답을 잘못하면 나도 고릴라처럼 된다는 걸
훤히 알 수 있었어.
나는 고릴라와 파칭코가게에서 알게 된 사이로,
그 연으로 우리 집에 쳐들어왔다는 것을 설명했어.
새된 목소리의 남자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 듯이 보였어..
[진짜냐? 살고 싶어서 구라치는 거 아냐??
나는 전력으로 부정했어.
[우리는 슬롯 친구 사이로, 밥 같이 먹는 정도는 했지만 돈을 훔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라는 것을 강조했어.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되었어.
[너, 왜 이 새끼가 돈 훔친 거 알고 있는 거냐?]
제 무덤을 제가 팠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어.
며칠이나 같이 있으니 그 녀석이 무슨 짓을 저질렀고
어떤 놈들에게 쫓기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하지만 나는 인쇄회사 사원이니까 더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었어.
그것에 의한 죄악감 때문에 말문이 막히고 만 거야.
[뭐 됐어, 이봐.]
새된 목소리의 남자는 근처에 있는 남자들에게 말을 걸어 무슨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
그 녀석들은 데굴데굴 무언가를 굴리더니 고릴라 근처에 그것을 놓았어.
드럼통이었어.
[...설마 이 자식들 고릴라를 콘크리트에 묻어 버리기라도 할 셈인가.]
나는 이런 안이한 생각을 생각하고 있었어.
콘크리트에 묻어버리는 걸로 끝난다면 그걸로 다행이었을 거야, 정말로.
남자들은 4명이서 고릴라를 드럼통에 넣었어.
고릴라는 전혀 저항하지 않고,
손쉽게 드럼통에 들어갔어.
그 녀석이 하는 거라곤 으-으- 신음하는 것 뿐이었어.
[좋은 걸 알려주지, 너희들이 잡힌 건 이 새끼 때문이야.
배달을 시켰다고. 웃기지? 지 스스로 우리들한테 어디있는지 알려 줬다고.]
나는 고릴라의 뻔뻔함에 질리는 것과 동시에,
그의 부주의함에 화가 났어.
[...도망치는 중에 뭔 짓을 저지르는 거야.]
라고 말이야.
[그런 푼돈은 이제 됐어. 이 새끼한텐 책임을 져줘야겠어.
우리들을 갖고 놀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야.
우리는 얕보이면 끝장이라고.
그렇지, 이봐. 네가 어디 사는 누군지는 어찌 되든 좋다고,
이 새끼랑 같이 우리들을 갖고 논 건지 아닌지, 그걸 묻고 싶다고.
네가 우리 사무소에서 돈을 훔친게 아니라고 어떻게 증명할 거냐?
앞으로 너는 이 새끼랑 얼마간 있어 줘야겠다.
그 후에 다시 한 번 더 질문하겠다.
알겠냐?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라?
...뭐, 개인적으로는 동정한다.]
새된 목소리의 남자는 한 번에 그리 위세 좋게 지껄이더니,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고, 그곳에서 나갔어.
나는 앞으로 시작될 일이 불안하여, 떨고 있었어.
이미 나는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었어.
억지로 의자에 앉게 되어, 비닐끈으로 빙빙 묶였어.
그대로 2명의 남자에게 의자째로 들려,
고릴라가 들어있는 드럼통 앞에 앉게 되었어.
고릴라의 얼굴과 50c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어.
이런 불안한 맞선은 없지?
고릴라는 으-으- 신음하고 있었어.
나도 저항할 힘도 나지 않았어.
그저 빨리 해방되고 싶다는 것만을 빌고 있었어.
5명의 남자들이 우리들 주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어.
엄청난 풍채의 남자들이 마지못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
드럼통 안에 두꺼운 호스가 박혔어.
그렇네, 딱 콜라 500ml 캔 정도의 두께였던 것 같아.
어리석게도 나는
[아아, 역시 콘크리트인가.]
하며 쫄아 있었어.
그 호스는 이상한 용기와 연결되어 있었어.
옷이라던가 소품을 넣는 커다란 플라스틱제 용기 있잖아?
그렇게 생긴 용기가 대가리에 붙어 있는 우리들 키 정도의 다리가 긴 캐스터(이동용 다리바퀴)에 이어져 있었어.
어이 뭐야,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하고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소름이 돋았어.
작업이 끝났는지, 최종 체크 같은 걸 한 남자들은 내 쪽으로 눈길을 돌렸어.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말을 했어.
[야, 힘들면 눈 감고 있어. 힘내라.]
대체 뭘 시작할 셈이야, 왜 그런 상냥한 말을 건네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드럼통 고릴라..
그 눈앞에 있는 나,
[그럼 우리들은 간다. 힘내라.]
라고 말하고 남자들은 그 캐스터에 붙어있는 레버를 당기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어.
여기가 어디인지,
저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우리들만이 남게 되었어.
꿀럭,
하고 콘크리트 치고는 단단한 소리가 났어.
그 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사사사사사삭, 하고 흐르듯이 뭔가가 용기에서 떨어져갔어...
고릴라는 으- 으- 하고 신음하는 것을 멈추고,
이번에는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어.
처음에는 호스가 드럼통 안에 박혀 있어서
무엇이 안을 채워가는지 알 수 없었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드럼통이 가득 차, 그 정체를 알게 되었어.
게였어.
주먹 크기부터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의 크기의 게가
넘치듯이 고릴라가 들어 있는 드럼통을 채운 거야.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어.
겨우 게가 뭐라고.
고릴라와 게를 넣고 된장국이라고 만들 셈인가? 하며
그건 그거대로 무서운 것을 상상했어.
하지만 얼마간 몸부림치던 고릴라가
포효와 비슷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을 때는
나는 그 무서운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정말로 50cm 정도의 거리에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어.
[어이, 어이!!! 살려줘!! 이것들 내 몸속으로 들어왔어!!!]
고릴라는 진땀을 흘리며 귀가 찢겨나갈 정도로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면서,
내게 도움을 요청했어.
게가 고릴라의 몸을 먹어치워, 내부로 들어갔다고?
고릴라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엉덩이가 아파! 라던가, 발이, 발이! 라던가, 신체 부위를 더욱이 강조했어.
그만해.
상상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눈앞에 있는 고릴라는 이젠 고함이라곤 할 수 없는 괴성을 계속해서 질러댔어.
그렇게, 고릴라는 몇 시간이나 소리를 질렀어.
아니 잘 모르겠어.
몇 시간인지, 몇 분인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입안이 거품과 핏덩이가 생겨, 눈과 코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래도 고릴라는 계속 소리를 질렀어.
얼굴이 빨간색에서 새파란색으로 바뀌어,
수도꼭지를 튼 것마냥 꾸엑꾸엑하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을 즘에,
게들은 다음으로 침입할 곳을 알아채고 말았어.
게들은 고릴라의 얼굴을 향해,
부드득 부드득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입과 눈에 달라붙었어.
고릴라는 소리치고,
고개를 계속 흔들며,
드럼통에 얼굴을 내리쳤지만,
게들은 봐주지 않았어.
보고만 있을 수 없었지만, 어찌할 방법도 없어.
몸을 비틀고, 또 비틀었어.
고정된 의자째로 드럼통에 몸을 부딪혔지만,
고릴라의 체중과 게들의 무게 탓에 꿈쩍도 하지 않았어.
내 귀가 고릴라의 절규로 쥐가 나고,
소리를 듣는 것이 괴로워졌어.
마지막으로 게헥, 하는 너무나도 한심한 소리를 낸 후,
고릴라는 조용해졌어.
사각사각하고 드럼통 속에서 소리가 계속 나고 있어.
고릴라는 경련하듯 움찔움찔 움직였지만,
고릴라가 움직이는 건지,
안에 들어간 게가 움직이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았어.
눈알을 밀어내고 안에서 게가 나왔을 즈음,
내 의식도 한계에 달했어.
바스락 바스락하는 소리로 정신을 차린 나는
이전 고릴라였던 무언가가 게의 움직임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토했어.
지옥이 어떤 곳인진 모르지만,
그것보다 끔찍한 곳이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어.
게들은 고릴라의 몸에 붙어 여전히 갉아먹고 있어.
고릴라의 몸이 기울더니 내 쪽으로 목이 꺾였어.
그와 동시에 드럼통에서 게가 넘쳐나와,
눈앞에 있는 살아있는 먹이로 표적을 바꾸었어.
나는 절규했어.
발 근처에 후두둑 게들이 떨어져.
발에 붙기 시작해.
처음에는 간지러운 정도였고,
그다음에는 가려워졌어.
의자째로 몸부림을 쳐도 그놈들은 점점 내 발로 들러붙어.
얼마 가지 않아 새끼발가락에 격통이 느껴지고,
내 안에도 게가 침입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드릴로 구멍이 뚫리는 편이 만 배나 좋았을 거야.
발톱을 조금씩 벗겨,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
탈분하고,
실금했지만,
게는 봐주지 않아.
목이 망가지든 말든
절규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지만,
나는 소리를 질렀어.
하지만, 게들은 내 몸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어.
이젠 나는 미쳐버렸다고 생각했어.
새된 목소리가 들리더니,
남자 몇 명이 소리를 지르며 게를 쫓아내었을 때,
나는 안도한 탓인지,
뚝,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들리더니, 정신을 잃었어.
[이봐, 살아있어?! 이봐!!]
뺨을 맞는 감촉으로 나는 정신이 들었어.
눈앞에 있는 새된 목소리의 남자가 천사처럼, 신처럼 보였어.
새끼발가락이 아려.
새끼발가락만으로 끝난 것이 너무나도 기뻐, 눈물을 흘렸어.
[일어났냐?]
새된 목소리가 내게 질문을 해,
나는, 아우아우, 하며 이상한 소리를 냈어.
[질문에 대답해. 너 이 새끼 동료냐?]
드럼통을 가리키며, 새된 목소리의 남자가 내게 질문을 해..
뽑혀나갈 정도로 고개를 흔들어
콧물과 눈물과 침으로 인해 질식할 것 같았지만,
아니라는 것을 전하려고 했어.
제아무리 새된 목소리의 남자와 그 부하 놈들이라도,
이렇게까지 해 보이니 납득하고,
날 묶은 비닐끈을 풀어주었어.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발가락의 아픔이 아직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 후, 밴에 강제로 태워져,
아파트 앞에 내던져졌어.
나는 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되었고,
밖에 나가지도 못했어.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알바하는 회사 상사가 병문안을 와, 갈색 봉투를 두고 나갔어.
안에는 지폐다발이 들어 있었어.
유령 같은 건 귀여운 거야.
게 드럼통 목욕 이상으로 무서운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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