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몰락해버렸어.
위정자들의 자존심이 핵버튼을 눌러버렸고,
상호확증파괴라는 과학의 위대함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마저 황폐하게 만들어버렸지.
"오늘 유리폭풍이 분대"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
아내가 낡은 책을 보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어.
"금방 다녀올게. 1시간이면 충분해."
나도 아이들을 바라보았지.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지.
핵폭탄은 건물의 유리창문을 부수었고, 핵폭탄의 열을 땅의 물질을 녹여 유리가루를 만들어버렸어.
엄청난 열과 폭발은 지구온난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 일주일에 몇 번은 미친듯이 유리폭풍을 불러오는 거라더군.
미세한 유리가루는 눈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박혀 방사능 피폭을 해버린대.
그래서 나는 납판이 깔린 코트를 입고 납판으로 만든 마스크를 쓰고 먹을 것을 찾아 나서지.
[현재 시각은 15시30분으로, 유리폭풍은 지금으로부터 56분 뒤에....]
이어폰에서 잡음이 심한 라디오 전파가 잡혔어.
국가는 망하지 않았어. 놀랍지 않아?
사람들은 외부의 적이 확실한 때에, 상황이 심각해지면 오히려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지.
하지만 그 뿐이야.
먹을 것은 늘 부족해.
바퀴벌레, 파리, 쥐. 내가 어렸을 때 제거했어야했던 것들은
요새는 없어서 먹을 수가 없지.
-정말 그 때는 비둘기가 뒤뚱거리면서 돌아다녔다고요?
동그랗게 뜨고 묻던 우리 애가 생각난다.
그래, 먹을 건 넘쳤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사먹을 수 있었어.
싸이코같은 상사, 탐욕적이던 대기업, 지루하던 학교가 사회의 문제였을 때가 그리워.
그래도 그 때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잖아.
그런데 이제는 아니지.
이런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말을 부드럽게 하되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녀야 해.
적을 만들지 않되 자기 몸은 지켜야 하지.
매일 안전에 신경쓰면서 가족들 먹여살려야 한다 이말이야.
식량은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으니
먹을만한 걸 찾으려고 밭, 길가, 쓰레기통, 하수구 등을 찾아다녀야해.
쥐라도 한 마리 발견하면 온 가족이 먹을만한 괜찮은 한 끼가 되거든.
"자네, 먹을 걸 찾나?"
한 노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어. 요즘 사람들과 다르게 옷이 깔끔하고 억양도 부드러웠지.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알지. 따라오겠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선의'라는 존재는 신에 가까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지.
하지만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아야될 때가 있어.
노인을 따라가니 까페가 있었어. 문너머로 갓 구운 빵냄새가 달콤한 커피향과 함께 흘러나왔지.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들이었어.
내가 들어서자 밝은 전등이 켜진 모던한 스타일의 가구들이 있었어.
그리고 가운데에는 크로아상과 커피가 놓여있었지.
거기에
"맘껏들게"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먹어버렸어.
"많이 주렸나보군. 또 먹고싶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다면 대가가 필요하네. 돈을 말하는 건 아니야. 요즘 세상에 옛날 전쟁 전 돈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어떤 걸 원하시죠?"
나는 침을 삼켰어.
노인은 입을 떼지 않다가 이렇게 말하더군.
"날 죽여주게"
"네?"
"난 사업으로 수많은 돈을 벌고 전쟁을 예측해 물건을 사재기 해놨어. 전쟁이 대충 끝나면 값이 뛸 거라 생각했지....하지만 그 전쟁으로 내 아내, 내 자식들..모두 죽어버렸네. 아내는 백린탄, 아들은 핵폭발, 딸은 유리폭풍....이제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
난 너무 지치네... 하루하루 사는 게 허무하이. 그러나 죽을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살고있네."
"하지만 왜 저죠?"
"아무의미 없네. 죽여달라는 각오를 하고 나가서 만난 첫 사람이 자네였으니까."
"싫습니다. 밖에는 살아남으려고 하루하루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는 사람이 널렸는데, 죽는 걸 생각하다니요."
"그건 그들 사정일세"
침묵.
"난 겁쟁이일세. 용기있게 나가서 유리폭풍을 맞고 죽지도 못하지. 그냥 고통없이 단번에 날 죽여주면 좋겠네."
"안됩니다."
"자네 가족을 인질로 해도 말인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냥 만약을 상정한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하십니까?"
"그만 가보겠습니다."
살아있는게 노인에 대한 복수가 되겠지.
몸을 돌리자 벽에는 포스트잇이 흐드러지게 붙여져 있었어.
[사랑해]
[수♡영 커플 왔다감]
[엄마아빠 영원히 건강하길]
[살 빠지는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내년엔 원하는 대학합격]
[카페가 정말 분위기 좋아요]
[커피가 맛있어요]
등등...
"한창 이 카페가 잘 될 때 손님들이 붙여준 걸세. 희망이 느껴지는가? 난 절망만을 느끼네.
다시 돌아갈 수 없는...그러기에 더 고통스러워...날 죽이는 걸 어려워하는 거라면 걱정말게...
여기 총이 있으니...."
노인은 서랍에서 권총을 꺼냈어.
"내 머리에다 쏴주면 되네. 보답은 지하실 창고에 있는 식료품 전부일세. 간단한 일 아닌까?
이 작고 연약한 노인의 머리를 날려주면 되네. 계약서라도 쓰겠나?"
"싫습니다!"
"어쩔 수 없군...광주시 면쳔동 389-1 203동 405호"
"어떻게....어떻게 우리집 주소를...?"
"말했잖나. 어떡하겠나? 권총이 있고, 총알도 넉넉하네. 법은 힘이 없고 정글의 논리만 가득하지."
노인은 내 눈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고, 권총을 손에 쥐어줬어.
"거짓말이죠? 그냥 나와 처음 마주쳤다는 건?"
"그건 진실일세. 다만.. 길가에서 자네가 어디서 나오는지 잘 보였을 뿐이야."
노인은 권총을 든 내 손을 들어 머리에 갖다댔어.
"살아있으라는 사치스러운 말은 이제 필요없다네. 내가 죽으면 저기에 있는 마대자루에 담아
버려주게."
"대체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난 지옥에 가기 싫거든. 그래, 난 세상이 이렇게 망해도 신이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노인네일세."
노인이 눈을 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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