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우리 아들. 이 애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구나.
내가 실종되고 나서 그쪽 시간은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건 이 마을은 한국도 아니고 일본도, 미국도 아니야.
아니, 그냥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의 어느 마을이라고 하는 게 빠르겠구나.
아, 우리 아들. 이 애비는 탈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어. 이 몸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알아낸 것들만 간략하게 정리해서 써놓겠다.
나 다음은 우리 아들, 너란다. 목숨 걸고 알아낸 정보야. 네가 오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내 힘으로는 무리였다.
1. 이것을 읽으면 그 즉시 너만 아는 곳에 숨겨놔라. 네가 이 침대에 눕는 즉시 마을 사람들에게 새 주민이 왔다는 소문이 퍼질 게야. 집들이랍시고 이곳저곳을 뒤질 테지. 이 종이는 최대한 빠르게 숨겨라. 다른 세계의 문자가 쓰여진 걸 알면 그것들은 분명 본색을 드러낼 게다.
2. 언어는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곳의 주민들과 대화는 무리 없이 될 테니까. 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은 절대 쓰지 마. 네 이름도 마찬가지다. 이 마을에서 대화가 통한다고 문자까지 통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
3. 이 마을 사람들에게 언제나 공손하게 대해라. 자칫 무례하게 대했다가 눈 밖에 난다면 너는 온 마을에 퍼지게 될 거다.
4. 고깃집을 하는 사린강이 네게 사흘에 한 번 돼지고기라며 고기 요리를 해 줄 게다. 절대 먹지 마라. 내가 돼지 도축업자였다는 거 알지? 그건 결코 돼지가 아니야.
5. 술집을 운영하는 애피조은라는 털보가 네게 큰 관심을 보이면서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꼬실 게다. 절대 응하지 말고 집에 일이 있다는 식으로 정중하게 거절해라. 그는 빨간색 술만 파는데, 그건 술이 아니야.
6. 밤마다 사린강과 애피조은의 집에서 울음소리가 들릴 거야. 절대 신경쓰지 마라. 아무렇지 않은 척, 못 들은 척 해. 그것들이 뭐든, 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7. 마을에서 축제가 있다면서 참여하라고 말 할 게다. 절대 참여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8.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마라. 차라리 약국에서 약을 타다가 먹어. 이 세계의 사람은 겉보기에는 지구인과 구별할 수 없지만 검사를 하는 순간 몸구조가 다른 게 들통날 거야. 그러면 의사는 널 산 채로 해부할 게다.
9. 자살하지 마라. 네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야. 이 마을에서는 그 누구도 죽을 수 없다. 애피조은과 사린강을 죽일 생각이라면 관둬라. 죽일 수 있었으면 내가 벌써 죽였단다.
10. 자전거나 자동차에 관심 없는 척 해라. 이동수단에 관심을 보이는 건 마을을 나가려는 사람. 즉, 지구인밖에 없다는 것을 그것들은 잘 알거든.
11. 마을 바깥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이용하지 마라. 애피조은이 감시하고 있단다.
12. 비 오는 날엔 밖에 나가지 말아라. 창문도 다 닫아.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비 오는 날 그들이 뭘 하는지 알게 되면 며칠간 고생할 거야.
우리 아들, 부디 행운을 빈다. 이 마을에서 탈출하거든 이 애비 무덤 하나만 만들어 다오. 사랑한다.
남,여 악세사리 쇼핑몰
팔찌, 반지, 목걸이, 귀걸이, 피어싱, 키링
전 상품 3+1 이벤트 진행 중!

자사 쇼핑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jinsee
진씨, JINSEE
남여, 팔찌 반지 목걸이 귀걸이 키링
jinsee.kr
'나폴리탄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폴리탄 - 짧은 재난문자 / 오싹한 이야기 (2) | 2024.07.31 |
---|---|
나폴리탄 - 시간이 촉박해요 / 공포 이야기 (1) | 2024.07.29 |
나폴리탄 - 이형 정원의 신입 정원사를 위한 메뉴얼 / 무서운 이야기 (0) | 2024.07.18 |
나폴리탄 - XX시 아메리카 버거 클럽 직원 근무수칙 / 무서운 이야기 (2) | 2024.07.16 |
나폴리탄 - 실은 별거 없어요 / 무서운 이야기 (2) | 2024.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