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본 문서는 이형 정원의 새 가족이 되신 정원사분의 적응 및 원활한 업무 수행을 도울 메뉴얼로
두 번. 세 번. 아니, 적어도 네 번 이상은 본 문서의 내용을 확고하게 숙지하여 혹시나 일어날 불상사와 정원사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최소화하는 것을 권장드리는 바입니다.
귀찮다고 대충 읽고 근무복을 꺼내시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는 지금이 언젠가는 정원사님을 위기에서 구해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바로 어제 귀가 닳도록 들으셨겠지만 노파심에 한번 더 당부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상식을 바라지 마세요.'
이름에서 짐작하셨다시피, 바로 위에 언급했다시피 이 정원은 이상하고도 기이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벌써부터 겁을 먹고 아직 안전할 때 집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아주 영리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럴 작정이었다면 시급 칸에 적힌 액수를 보고 이력서를 보내는 것 역시 하지 않으셨겠지만요.
1. 정원 출입시 근무복을 꼭 착용해주세요.
근무복 착용은 정원사의 기본 소양입니다. 출근 시간에 탈의실로 가시면 당신의 캐비닛 안에 깨끗하게 세탁된 당신의 근무복과 손목시계, 정원의 지도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을 것입니다.
요일마다 놓여져있는 색이 다르니 탈의실 안의 달력을 꼭 확인해주세요.
1-1. 캐비닛 안 근무복의 색과 오늘의 요일이 다르다면 근무복을 안에 넣어두신 후 문을 닫고 프론트로 오셔서 색이 다르다 알려주세요. 저희가 조치를 취하면 요일에 알맞은 색으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색이 다른 근무복을 입고 정원에 입장하셔도 당장에 큰 위해는 없겠지만 정원의 '주인' 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2. 꽃에 물을 줄 때에는 기분이 나쁜 순서대로 물을 주세요.
정원의 꽃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기분에 따른 표현도 거리낌없이 하는 편이지요.
기분이 좋은 꽃은 태양을 향하고 있으며, 보통의 꽃은 태양을 등지고 있습니다.
기분이 나쁜 꽃은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확인 후 작업을 시작해주세요.
순서를 틀리더라도 한번 정도는 사과함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꽃들은 가볍게 정원사를 툭 치는 것으로 표현하겠지요.
다만, 기분이 나쁜 꽃의 줄기가 당신의 머리나 심장을 가격하지 않기만을 바라세요.
2-1. 꽃의 기분과는 다르게 꽃잎이 붉은 꽃에는 물을 주지 마세요. 그 꽃들은 물이 아니라 피를 양분으로 살아가며, '식탐이 강합니다.'
3. 자신의 근무지역을 기억해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모든 정원사들이 날마다 배정받는 구역은 다르며, 그에 따라 하루 일과도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자신의 구역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퇴근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세요.
근무지역으로 가는 길이 짧아 이곳이 좁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정원은 방대하고 광활하며, 상상 이상으로 넓습니다. 한번 길을 잃으면 다시는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3-1. 근무지역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꽂혀있는 팻말과 지도를 확인해주세요. 가끔 갈림길이나 입구에 있는 팻말이 없어지거나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때는 지도를 믿으세요.
3-2. 만약 자신의 부주의로 길을 잃으셨다면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꽃밭만이 보일 것입니다. 어디로 향하던 길의 끝은 없겠죠. 이 경우엔 태양이 지는 곳의 반대방향을 향해 조금도 쉬지 말고 이동하세요. 몸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즈음엔 익숙한 길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론트에서 일몰 전까지 귀하를 구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3-3. 만약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태양이 지지 않는다면 현재 귀하가 존재하시는 곳의 시간축이 일그러져있음을 의미합니다. 다행히도 이 경우엔 프론트에서 정원의 이상을 감지해 즉시 조치를 취할 것이니 안심하시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다만, 저희의 시간축과 귀하의 시간축간의 '흐르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을 유념하시길.
3-4. 만약 금일 자신의 근무지에 '비밀의 화원' 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면 ■번 문단을 참고해주세요.
4. 정원사의 근무는 일출 이후부터 일몰 이전까지 허용됩니다.
이형 정원에서의 낮과 밤은 철저하게 구분됩니다. 낮에 정원사들이 열심히 정원을 가꾸면 밤에는 정원의 '주인' 이 정원을 거니는 식이지요.
그 어떤 경우에도 밤에는 정원사들의 출입을 금합니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모레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일몰 전까지는 정원에서 나오셔야 합니다. 일몰 30분과 10분, 1분 전과 일몰시에는 스피커로 정원 전체에 방송으로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4-1. 계절에 관계 없이 정원의 일출은 오전 7시. 일몰은 오후 8시에 이루어집니다. 근무전 캐비닛에 동봉되어있던 시계를 수시로 확인하세요.
4-2. 간혹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시계의 바늘이 제멋대로 빠르게 돌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땐 즉시 모든 일을 중단하고 가능한 빠르게 프론트로 복귀하세요. 충분히 서두르셨다면 도착과 동시에 일몰 1분 전을 알리는 방송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4-3. 만약 일몰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 이후에 정원에 남아계셨다면 한순간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소름끼치는 정적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어둠에 대한 암순응을 마친 후 다음 지시를 따라주세요. 아직 늦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A. 가급적이면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B. 최대한 몸을 웅크려 식물들 사이에 몸을 숨기기.
위 행위는 정원의 '주인'에게 발각될 확률을 조금이나마 낮춰줄 것입니다. 침착하지만 빠르게 프론트로 돌아와주세요.
4-4. 되도록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꽃들이 당신을 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주인' 에게 발각당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엔 유의미한 대응 방법이 없습니다. 고통이 최대한 빠르게 끝나거나,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평안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5. 새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자신의 근무지가 새장이라면 평소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정원의 새들 역시 결코 평범한 새가 아닙니다.
이 변덕스러운 수다쟁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재잘대는 새들의 행동에 올바르게 대응해야 별 탈 없이 새장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엔 요주의 새들에 대한 설명과 그에 맞는 대응법을 서술합니다.
5-1. 반짝이는 순백의 털을 가진 새는 당신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온 먹이에 더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별사탕을 특히 좋아하며, 구태여 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별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
가끔 당신에게 질문을 건낼때엔 그것이 어떤 질문이건 거짓말로 답해서는 안됩니다.
5-2. 멋진 하늘색의 털에 안경을 낀 새는 똑똑하고 아는것이 많습니다. 적어도 이 정원에 대해서는 말이죠. 메뉴얼중 절반 이상이 바로 이 새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운이 좋다면 메뉴얼에 적히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잘게 부순 건빵을 가장 좋아하니 몇가지 질문을 건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새의 질문에도 적당히 대답해주세요. 다만, 자신보다 똑똑한 것을 매우 싫어하니 새를 추켜세우고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5-3. 광택이 흐르는 회색 털을 가진 새는 낯가림이 매우 심합니다. 직접 먹이를 주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니 회색 새장 안에 있는 회색 접시에 먹이를 담아서 적당한 곳에 놓아주시면 됩니다.
접시에 먹이를 담아 새장 안에 넣는 것은 반드시 피해주세요.
5-4. 자주 보이진 않지만 피처럼 검붉은 털을 가진 새는 이 정원의 작은 폭군입니다. 매우 예민하며, 잔인하죠. 그렇기에 다른 새들은 이 폭군과는 어울리길 극도로 꺼려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새에게 먹이를 줄땐 새장 안엔 당신과 이 새. 단 둘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먹이를 주려 하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면 새가 알아서 당신의 손에서 빼앗아갈 것입니다.
새의 질문에도 매우 공손하게 대답해주세요.
먼저 새에게 질문하는 것도 아주 나쁜 선택입니다.
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다면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새장 밖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알림) 최근 조류에 대해 박식함을 자랑하던 어느 정원사가 실종되었습니다. 새장 안에 혈액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인다면 수색 후 손바닥만한 작은 새장 안에 온 몸이 '압축'된 정원사를 수거해 프론트로 가져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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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금일 자신의 근무지가 '비밀의 화원' 으로 기입되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프론트는 어떤 경우에도 정원사를 이곳에 근무시키지 않습니다.
현재 이곳은 정원에서도 가장 알려진 것이 적고, 무슨일이 일어날지 알 수도, 관측할 수도 없는 곳이므로 그나마 유의미하게 검증된 대응법을 서술합니다.
정원에 입장하시면 어느 곳으로 향하던 도착지는 정해져 있고, 정원사는 이 곳에서 정원의 '주인' 을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유희일수도, 호기심일수도 있지만 의도가 어떻든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요. 아래의 대응법을 반드시 숙지해주세요.
A : 자리에 앉으라 권하는 경우 : 화원 안에는 고풍스러운 탁자 하나와 의자 2개가 있을 것입니다. '주인' 이 먼저 앉은 후 의자를 끌어 오른쪽으로 착석해주세요.
B : 차를 권하는 경우 : 그녀가 붉은 홍차를 권유한다면 한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지만 두 잔 이상 마시거나 차를 아예 마시지 않는다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찻잔을 비우지 않는다면 다시 따라주지 않으니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해주세요.
녹차를 권한다면 한모금만 마신 후 '독에서는 떫은 맛이 났다' 라고 대답하십시오.
검은색의 악취나는 차를 권한다면 그 맛이 어떻든 한번에 모두 삼켜야 합니다.
C : 상술한 내용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못하신 경우 : 그녀는 티타임을 파하며 숨바꼭질을 제안할 것입니다. '타네로 한판. 당신이 술래야.' 라고 말한 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해주십시오.
'주인' 은 곧 사라질 것이나 가까운 곳에 존재할 것입니다. 5분 안에 주인을 찾아낸다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습니다. 즉시 퇴근해주세요.
D : 올바른 대응에 실패했거나 5분 안에 '주인' 을 찾지 못한 경우 : 1분의 여유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판단은 당신에게 맡깁니다. 5분 안에 그녀가 당신을 찾아내지 못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하세오. 이 과정이 끝나면 C~D의 과정을 반복해 반드시 그녀를 찾아 놀이를 끝내세요.
E : '주인' 에게 들킨 경우 :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기회이니 최대한 평정심을 되찾으세요.
그녀는 자신의 승리를 기뻐하며 다른 놀이를 권유할 것입니다. 이 놀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놀이의 개념은 결코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능력으로는 감히 설명도, 이해조차 할 수 없을 정신에 매우 해로운 설명이 이어질 것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데 사력을 쏟아내는 것이겠지요.
어떤 놀이를 권유하던 반드시 거절함과 동시에 자신이 알고있는 놀이를 제안하십시오.
당신이 제안한 놀이는 필히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야 할 것이며, 그 놀이에서 이긴다면 그녀의 놀이에 응하겠다고 덧붙여야만 합니다.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 : 마지막 대응을 실패했거나 패배했을 경우 :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 그동안 이형 정원 에서 근무해주신 정원사분께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상으로 메뉴얼을 마칩니다. 위 사항들을 반드시 숙지해 즐거운 정원 근무가 되길 바랍니다.
첫 근무시엔 빨간 꽃에 물을 주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어떨까요?
- 이형 정원 수석 정원사 '로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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