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분이 귀신과 보통사람하고 구분되어 보이냐 여쭤본적이 있는데,
다 달라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보통 원귀같은 경우엔 티가 많이 나는데, 자기가 죽은지 모르는 귀신도 있다.
횡단보도에서 겪은 일이다.
그때 잠시 군자역쪽에 살았을 때 였다.
밤늦게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싶어서 육교를 건너 마트를 가다가 어쩌다 PC방으로 빠져서 게임을 했다.
그러다 2시쯤 나와서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서 다시 육교를 건너가야하는데 계단이 너무 싫어 횡단보도를 택했다.
조금위에 있던 횡단보도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올라가고있는데,
횡단보도앞에서 카라티에 반바지를 입고 크로스백을 맨 남자가 주저앉아있었다.
무슨일인지 물어볼까하다가 술취한 사람일수도 있겠다 싶어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너무 서럽게 울고 있길래 말을 안 걸수가 없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하고 말을 걸었다.
그 남자는 화들짝 놀라더니 날 빤히 쳐다봤다.
그때까지만해도 그가 귀신인지 몰랐다.
그 남자는 빤히 바라보더니 길을 건너야하는데 건널 수가 없다며 서럽게 울어댔다.
그 쪽이 낮엔 사람이 많은데, 새벽엔 엄청 조용했다.
그러다보니 주위에 도움 청할 사람도 없고 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았따.
"괜찮으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 남자는 계속해서
"제가 건너가야하는데, 건너가질 못하겠어요.
저 좀 데려다주세요."
라고했다.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하다 싶은 느낌을 받았지만
외모는 너무나 멀쩡해서 다른 생각을 못했다.
취하신건지, 어디아프신건지 생각하며 119에 전화를 할까 고민하는데,
남자는 계속해서 울면서 건너가야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신호는 3번이나 바뀌고 , 이 남자는 계속 울고 있었다.
아, 귀신이구나 싶었다.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데 , 이 남자가 차가 다니는데 갑자기 막 건너가기 시작했다.
귀신이라고 확신하긴 했지만 본능적으로 깜짝 놀라서 팔을 뻗다가 주춤했다.
그러다 그 남자가 차에 치이더니 다시 아까 주저앉아있던 자리로 되돌아와 있었다.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지박령이였다.
함부로 건들면 안되겠다 싶어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귀신을 퇴마하거나 성불시키는 재주는 없었다.
최대한 그 귀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망할 호기심에 자꾸만 눈길이 향했다.
결국 주저앉아서 물어보았다.
"왜 여기 계세요?
전 가야하는데,,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거에요?"
대충 이런식으로 아이 달래듯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여기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저 죽은거죠?
집에 가야하는데 자꾸 이 자리로 오네요"
라고 했다.
솔직히 난 아는게 없어서 솔직하게 말했다.
죽으신게 맞고 , 뭔가 미련이 남으셔서 그러는게 아니냐 하며
도와줄 방법이 없어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 남자는 사람하고 오랜만에 이야기를 해본다며,
여자가 이런 늦은시간에 돌아다니는거 아니라며 얼른 집에가라고 했다.
솔직히 빨리 집에가고 싶었던 나는 어떻게 해줄수 있는 문제가아니라 신호가 바뀌고 바로 건너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며칠 후 본가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 3주전 쯤 건대에 약속이있어서 갔다가, 군자를 들려보았다.
그 횡단보도에 남자가 없었다.
몇년 전 일이니 성불했겠거니 싶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찝찝했다,
귀신이라고 모두 나쁜게아니라 자기가 왜 죽은지도 모르는 귀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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