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 되면 이상하게 아직도 불안해진다.
그것을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여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를 공포로 몰아갔던 그날...
지금도 무의식 속에 생각이 날 때면 아찔함에 정신을 차린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미래를 걱정할 시기였던 나는,
매일을 자취방에서 이력서를 썼다.
졸업을 하기 전에 취업에 성공하겠다며 얼마 되지도 않는 경험을
부풀려 적어도 보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자기소개서에 적으며
고민과 고뇌의 나날을 보내던 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왔다.
그것은 분명... 라면이었다.
얼큰한 국물이 부드러운 풍미로 느껴진다는 것은...
필히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이었다.
“고것 참 맛나겠다... 나도 그럼 라면 한 사바리 해야지. 랄라랄라라..”
부엌 찬장을 열어보니 라면은커녕 스프가루 한 점도 없었다.
한 동안 아르바이트 하랴, 면접 보러 다니랴, 토익시험 보랴...
바빠서 장을 전혀 못 봤다.
“에휴, 하필... 비가 이렇게 오는데... 띠벌..”
우산을 쓰고 터벅터벅 편의점... 아니, 세일을 하는 대형마트로 갔다.
얼마라도 더 아껴보려고 삼방천을 지나 조그마한 다리를 건넜다.
비가 어찌나 오는지 다리 아래에 천이 빠르게 아래로 흘러갔다.
“그래도 더웠는데... 비가 오니까 시원하구나.. 이건?”
시원한 정도가 아니었다.
갑자기 초겨울의 추위처럼 냉기가 다리 아래에서 뿜어져 나왔다.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에 빨리 마트에서 라면을 비롯한 1주일 식량을 샀다.
다시 삼방천의 다리를 건너며 집으로 가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데 지진이라도 나는 것처럼 다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뭐... 뭐꼬? 이, 와이라노?”
다리가 곧 무너질 것 같은 생각에 당장 인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 참을 서서 다리를 지켜봤다.
무너질 것 같은 다리였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 몇몇이 건넜다.
“뭐지? 지진이었나?”
그렇게 다시 다리를 건너려고 했다.
“차... 기... 석! 차.. 기.. 석! 차... 기... 석! 차...”
다리 아래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끊임없이 불렀다.
목소리가 음 이탈이 된 듯 굉장히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누가 장난하나 싶어서 다리 아래를 내려다봤다.
흐르는 삼방천 중앙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두 발을 담군 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모를 만큼 헝클어져 있었고
나이를 가늠 할 수 있을 만큼 곳곳에 머리가 세어 있었다.
하얀 얼굴에 비뚤어진 눈썹, 초점 없는 눈으로 ‘씨익’하고 미소를 짓는데...
그 모습이 매우 기이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게 생겨서 나도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계속 내 이름을 불렀다.
“차... 기... 석! 차.. 기.. 석! 차... 기... 석! 차...기...”
만약 내 이름을 안 불렀다면 그냥 무시하고 집으로 갔을 텐데..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서 그냥 넘어 갈 수 없었다.
“저기요...? 내 압니까?”
여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를 어떻게 아는데요?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아는 척 하지 마이소!”
사실 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행색이 평범하지 않은데다가 그냥 미친 여자처럼 보여서
그냥 큰소리만 치고 냅다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걷지 못하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신경이 쓰여서 곁눈질로 옆을 보며 걸었는데...
그 여자가 빠른 속도로 벽을 타며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저거.. 사람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아니,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왜냐하면 뛰면서 주차된 차의 사이드 밀러를 봤는데,
그 여자가 빠르게 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참 이상했다.
원래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았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날은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
죽기 살기로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문의 모든 장금장치를 잠갔다. 집에 있는 모든 창문도 잠갔다.
그리고 침대 한 구석으로 가서 이불을 둘러쓰고 숨을 헐떡대며 벌벌 떨었다.
혹시나 여자가 집까지 찾아올까봐 조마조마했다.
너무 무서운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아뿔싸...
핸드폰을 뛰면서 땅에 떨어트린 것 같았다.
아무리 바지 주머니를 뒤져도 핸드폰이 나오지 않았다.
“아.. 쓰...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당장 컴퓨터를 켜고 네이트온을 들어갔다.
친한 동기나 후배들이 있으면 내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좀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던 시대라..
접속자가 단 한명이었다.
05학번 후배 녀석인데, 정말 돌아이 중의 상돌아이였다.
유일하게 모든 선배들이 포기한 녀석으로 예의도 없고 버릇도 없었다.
짧은 순간에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핸드폰이 먼저이기에 그 녀석 밖에 없었다.
나 : 상돌아... 형이 부탁 좀 해도 될까?
후배 : ㅇㅇ 뭔데?
나 : 형이 핸드폰을 잃어 버렸는데.. 전화 좀 해서 찾아주라!
후배 : 저녁에 고기 삼?
나 : 찾아만 주면 무엇이든 ㅠㅠ
후배 : 지금 하는 중...
후배는 당장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현관문 밖에서 내 벨소리와 같은 멜로디가 울렸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나도 모르게 재빨리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복도를 샅샅이 보아도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나는 확신했다. 좀 전에 현관 밖에서 울린 핸드폰은 내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내 벨소리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애니메이션 엔딩 곡을 편집해서 내가 직접 벨소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후배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메신저를 보내는데,
후배의 상태가 오프라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숨이 나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도대체 그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헛것을 본 것인지, 그것이 진짜 귀신같은 것인지, 그냥 미친 여자였나?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좌우로 침대가 흔들렸다.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정말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일어났는데..
삼방천에서 봤던 여자가 내 눈 앞에 있었다.
그녀는 내 발 아래쪽에서 침대를 흔들고 있었는데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나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침대를 흔들면서 덩달아 자신의 머리도 좌우로 흔드는데...
너무 무섭고 해괴망측했다.
“차... 기... 석! 차.. 기.. 석! 차... 기... 석! 차...기...”
이상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데... 부를 때마다 심장이 떨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여자는 침대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던 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으악!!!!!!!!!!!!!!!!!!!!!!”
그런데 갑자기 현관문에서 누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쿵, 쿵, 쿵...”
어찌나 문을 세게 두드렸는지, 여자도 침대를 흔들다가 멈췄다.
“띠발, 문 열어!!! 빨리, 안 열어?!!!”
한 남자가 문을 마구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버르장머리 없는 05학번 후배였다.
녀석은 문을 부술 기세로 몸을 부딪치며 나를 불렀다.
소음에 옆집 사람들의 항의를 했다.
그러나 녀석은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역정을 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내 앞에 있던 여자가 당황하며 방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녀석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자, 바퀴벌레처럼 어디론가 숨으려고 했다.
숨을 곳이 없기에 벽을 타고 천장을 마구 기어 다녔다.
다시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여자는 천장에 매달려서 내 얼굴을 보며
‘쉿’하라는 신호로 손가락을 입에 댔다.
무서운 표정이었기에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
후배 녀석은 문을 열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며 행패를 부렸다.
여자는 창문으로 간 뒤, 나를 보며 창을 열라는 듯 손가락질을 했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손으로 창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여자가 창밖으로 나갔다.
다시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여자는 천장에 매달려서 내 얼굴을 보며
조용하라는 신호로 손가락을 입에 댔다.
무서운 표정으로 시켰기에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
후배 녀석은 문을 열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며 더욱 행패를 부렸다.
여자는 창문으로 다가간 뒤, 나를 보며 창을 열라는 듯 손가락질을 했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손으로 창을 열었다.
그러자 도둑고양이가 인간을 피해 도망가듯 순식간에 여자가 창밖으로 나갔다.
냉큼 창문을 닫고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아이.. 띠벌... 꼴 보니 귀신한테 홀렸구만?”
깜작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녀석만 바라봤다.
“뭘 봐 띠벌... 어떻게 알았냐고?”
.
.
.
.
녀석은 나의 부탁으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어떤 여자가 핸드폰을 주워서 자기가 보관하고 있으니
저녁 7시경에 삼방천 다리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녀석은 시간 맞춰 삼방천으로 나갔다.
하지만 난간 위에 핸드폰만 있을 뿐 여자는 없었다.
“아이.. 띠벌... 낚였네... 삼방동 귀신... 잡을 수 있었는데..”
녀석은 그 여자를 귀신이라고 했다. 삼방동에서 유명한 귀신이라고 했다.
그 귀신이 자신을 속이고 우리 집에 와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고 우리 집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져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고 했다.
다행히 피했지만 트럭은 삼방천 위에 나무 난간을 들이받았다.
만약 피하지 못했으면 즉사했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했다.
녀석은 이것은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며 매우 분노하며 우리집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아마도 내 정체를 알았겠지... 아 요망한 귀신년...
내도 전화 받자마자 귀신이란 걸 알았는데...”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니 정체가 뭔데? 무당이가? 퇴마사 같은기가?”
녀석은 알 것 없다며 말했지만, 훗날 그런 비슷한 종류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귀신도 녀석의 정체를 눈치 채고 도망 간 것 같았다.
어쨌든 핸드폰도 찾고 귀신도 내쫓았다.
그날 고기를 먹으면서 녀석이 내게 삼방동 귀신에 대해서 말해줬다.
꽤 오래전부터 김해 삼방동에 사는 물귀신이라는데...
삼방천을 돌아다니며 주위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매일 말을 건다는 것이다.
사실 귀신이 안 보이는 것이 정상이고,
보더라도 절대 아는 척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간혹 나처럼 말을 걸거나, 아는 척을 하게 되면
자신이 보이는 줄 알고 그때부터는 계속 모습을 나타내는데...
죽을 때까지 못살게 굴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잡아야 한다며 설명했다.
그런데...
녀석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못 잡았다고 했다.
그만큼 그 귀신은 사악하고 영악하며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만 오는 날이면 그날의 삼방천 귀신이 생각나서
불안하고... 때론 무서운 생각에 잠 못드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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