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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

할머니한테 들은 증조할머니 이야기 / 무서운 이야기

 

1.

 

 

옛날에 문경시라고 이름바뀌기전에 점촌시라고 불렸어. 안불정이란 동네에 운암사라는 절이있는데.(지금도 있다.) 거기에 떡보살님이라는 용한 여자 점쟁이가 증조할머니셨다.당시 할머니는 7살인가 학교갈떄까지만 절에서 지내기로 했었어.

 

 

 

하루는 안동에사는 젊은 연인이 점을 보러 왔었어. 그런데 증조할머니가. 연인이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팥을 뿌리고 막 내쫒았어. 썩 나가라면서 죽은 사람은 점을 보면 안 된다고. 어리둥절했겠지. 자신들은 그저 결혼을 앞둔 연인이었고, 우리가 잘 살겠냐는둥 그런걸 물어보러 온 거였거든. 어쨋든 뭐 이런대가 다있어 하면서 젊은 연인은 돌아갔지.

 

 

 

몇일이 지나고 안동에선 독립운동이 한창일어났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젊은 연인중 남자가 독립시위대와 맞닿은 일본순시군간에 재수없게 엮여서 일본순사 총에 맞아서 그만 죽고 말았어. 여자는 3일장을 지내고 하염없이 슬퍼하다가 문득 몇일전에 점을 보러 갔던 떡보살을 떠올리게 돼. 그래서 찾아갔더니 증조할머니께서 묵묵히 들어오라고 했어.

 

 

 

자기 남편이 죽었는데, 당시에 당신이 죽은 사람은 점을 보면 안 된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왔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고싶다면서 증조할머니께 한탄을 했다더라. 그러니까 할머니고 착잡한 표정으로 여자를 다독이면서 말해주었대. 사람은 죽기전에 혼이라는게 반 미쳐버리는데. 당신은 들어올때 당신의 혼도 똑같이 걸어 들어오는데, 당신 남편이 될 남자가 들어올때 그 남자의 혼이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오더라는 거야.

 

 

 

 

 

2. 용추계곡에 백사

 

 

문경시에는 용추계곡하고 쌍용계곡이라는 아주 좋은 계곡이 두군데가 있어. 지금도 피서철만 되면 발디딜틈이 없을정도로 사람들이 가득오기도 해.

 

 

 

용추계곡은 용소라고 용이 나온 곳 같은 깊은 담소가 하나있고 쌍용계곡은 두개가 있어. 어릴적에 증조할머님이 놀러갔을때 겪은 것을 할머님이 얘기해주신거야. 증조할머님이 영접이 잦고 령감이 세서 그런가 하는 이야기마다 좀 무서운 편이었다고 해.

 

 

 

1932년도에 당시 진성 '이'家 집안이 율곡 이이쪽 집안이어서 문객이 많고 글을 잘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로 이루어진게 유림회? (이게 맞을듯)그 분들 일가가 용추계곡에 놀러왔었다고해. 어른들은 바위에서 글 (서예)같은 것을 쓰고 유림학당 어린애들은 물에서 물장구 치고 놀았어. 증조할머님도 자제분들 데리고 용추계곡에 놀러갔었는데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랬는지. 유림학당 어린애 하나가 물에 빠져서 떠내려가버려. 그러다 멈췄는데 하필 그부분이 용추계곡에서 제일 가파르고 깊은 담소였어 전에 비가와서 그날은 더했지.물에 고개만 나왔다가 잠겼다가 반복하면서 살려달라고 하는데도 섵부르게 들어가면 위험하니까 다들 구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 그러다가 한 젊은 이家청년이 옷을 벗고 묶어서 던졌는데 아이가 잡지도 못하고 어우적 거리니까. 결국 자기가 물에 뛰어들었어.

 

 

 

물살이 안으로 역류하는 부분이어서 청년도 잠겼다 나왔다 했지만 청년이 심성이 침착한 편이었는지 결국 애를 끌어안고 뭍까지 나왔어. 나오고 보니 발에 고슴도치에 찔린것 처럼 핏구멍이 수십개가 나있었는데 물에 빠졌던 아이도 마찬가지였어. 둘다 미동도 없이 숨만 약하게 쉬고있었고 사람들은 모여서 괜찮냐고 물어보던 찰나였지.

 

 

 

그런데 난데없이 증조할머님이 가서 발에난 핏구멍에 입을 가져다대고 빨아내고 뱉고를 해. 몇번 반복한 뒤에 유림회에서 사용하던 먹을 가져다가 갈아서 그 부위에 부었어. 사람들이 뭐하는짓이냐고 탓을 했는데 갑자기 아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벌떡 일어났어. 울면서 엄마를 찾았지. 그런데 청년은 숨을 깔딱깔딱 쉬다가 결국 죽게돼.

 

 

증조할머니가 침울하게 말하길 저기 용추계곡물 밑에 허연 뱀떼들이 빠진아이와 청년을 막 물고 당기고 했었고, 아무도 눈치를 못 체고 자신만 본 것 같아서. 범상치 않은 뱀이구나 해서 입으로 빨아내게 되었다는 거지. 결국 청년 시신은 유림회에서 수거해가고 증조할머니는 용추계곡 제일 깊은 곳에서 제를 지냈다고 해.

 

 

 

몇일 뒤에 유림회에서 사람하나가 증조할머니를 찾아 운암사로 왔어. 굉장히 표정이 안좋았다고 해.살았던 아이도 다리를 절더니 몇일째 심한 고열 때문에 아프다고, 근처에 병원도 없고 증조할머니가 용한 보살이니 도움을 달라고.

 

 

 

해서 증조할머니께서 가 보니 아이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입으로는 계속 날좀 꺼내달라고, 꺼내달라고, 하더래. 낌세가 이상해서 아이가 빠졌던 곳으로 가서 마을사람들과 같이 긴 장대로 담소 속을 헤집으니 시체가 무려 8구나 나왔는데 날카로운 산돌에 갈리고 물고기에게 뜯기고 해서 손은 손바닥위로 손가락들이 뾰족한 백골이고, 실제론 그리 깊지 않았는데 안으로 파고드는 물살때문에 시체가 썩어 나온 시독이 흘러가지 못하고 담소 밑바닥에 고여서 밑물이 새카맣게 안보이게 되서 깊어 보였던 거지.

 

 

 

시체를 다 건지고 다시 한번 마을 사람들과 수신제를 지내고 나니 아이가 나았다고하더라. 여담인데 나중에 증조할머니만 알고 당시 사람들에게 안알려준 내용이 있었는데 죽은 청년하고 아이가 물렸던 그 자국이 백골이 된 날카로운 손가락뼈에 찔린 자국같았다고 해.

 

 

 

 

 

3. 주인찾는 묘지

 

 

6. 25가 끝나고 휴전인 상황에서 문경 점촌은 이름없는 묘지가 굉장히 많았어.이유인 즉슨 문경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끼고있고, 부산으로 산맥을 타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충지였으며, 문경새재 근처 산세가 험해 숨기 좋고, 남한의 중심(지도보면 남한의 거의 정 중앙)거점이었으니까. 영덕과 충주밑에 있어서 많은 학도병들도 이곳 출신이 많았고, 잦은 전투로 인해 이름모르는 국군장병들이 장도 치르지 못하고 묻혔고. 와중엔 빨치산 시체들도 더러 묻혔는데 증조할머니가 남한군과 같이 묻으면 큰일난다고 난리피운적도 있다고 하셨다고 해.

 

 

 

그게 묻고 묻다보니 굉장히 큰 언덕이 되었는데 잡귀가 들러붙을까봐 증조할머니께서 장승도 직접 의탁해서 세워두시고 스님들하고 풀도 치고 했었어. 하루는 증조할머님이 당시 점촌으로 시집간 젊은 아가씨였던 할머님을 뵈러 가셨다고 해.

 

 

 

가셔서 살림도 돕고 할아버지셨던 분도 뵙고 (증조할머님은 할아버지를 조 서방이라고 불렀음)다시 운암사로 돌아오는데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증조할머님을 배웅하러 마을 어귀까지 나선 모양이야. 그런데 거기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 농가에 피해주는 멧돼지 사냥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사내들과 맞딱뜨리게 된거야.

 

 

 

당시 문경은 한창 석탄광이 개발되서 좀 풍요로워 지던 시절이었고 대다수의 농가를 제외한 사내들은 탄광에서 일을하고 돈도 잘벌어오던 그런 시절이었지. 그래서인지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빈부격차가 나게 돼.

 

 

 

좁은 동네에서 그런게 있을까 하겠냐만은 당시 농가사람들은 되게 못살았어. 보릿고개즈음임에도 탄광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쌀밥에 고기도 잘 먹었지만 앞서 말했다 싶이 산세가 험한 문경지역은 야생동물도 굉장히 많아. 멧돼지등 따위때문에 농가들은 농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해는 가뭄도 심해서 사냥이라도 다닐정도였다는 거지.

 

 

 

말로만 듣던 풀뿌리죽으로 연명하기도 하고, 항간에는 쥐를 잡아 고기를 구워먹을 정도였다고 하니. 보릿고개즈음이라는게 상상이 갔어.

 

결국 탄광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합심해서 쌀 몇가마니를 거들어 보태주기도 했지만 농가쪽 사람들은 아니꼬움만 더 커졌다고해. (탄광은 80년대 즘인가? 폐쇠됐다고하는데 연도는 자세히 모르겠음)

 

 

아무튼 당시 할아버지는 탄광에서 일을 하던 청년이었고, 멧돼지 사냥을 나섰다 돌아온 농가쪽 사내들과는 사이가 매우 좋지 못했어. 사내들은 거나하게 취해있어서 시비가 붙었고 졸지에 할아버지와 주먹싸움까지 가게됐어. 할머님과 증조할머님이 말려도 소용이없어서 증조할머님은 할머님을 시켜서 절에가서 스님들을 불러오라고 하게 돼.

 

 

 

할머님이 스님들을 대동해서 오고나니 싸움은 그쳐있었고 할아버지랑 다투던 사내들이 혼이 쏙나가서 벌벌떨고 웅크리고 있더래. 스님들이 농가사람들을 추스려 보내고 할머님이 증조할머님께 물어보니까. 조서방이 흠씬 두들겨 맞고 쓰러져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탕- 하고 총소리가 나서 모두 숨죽여서 엎드렸대.

 

 

 

그러고나서 북한군복을 입은 사내가 오더니 총을 겨누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더래. 귀신 이런건 아니었고 진짜 북한군. 할아버지 겨우 일어나서는 증조할머님께 챙겨드리려던 옥수수랑 감자 이런것들을 줘버렸고 사내들도 멧돼지 고기를 줬다고 해.

 

 

 

주고나니 북한군 한명이 "뭐하네 걍 다 쏴죽이고 가디안코" 라는 식으로 말을 했더래. 그때 증조할머님이 나서서 여긴 북한군도 많이 묻혀있는 곳이라면서 나라와 당신들의 수령을 위해 목숨바친 장병들 앞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묻어준 것도 우리라고 했더니. "연어간나 아니네?"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해. 나중에 알고보니 간첩을 연어간나 라고 하는 모양.

 

 

 

그일이 있고나서 국군이 대대적인 수색을 하게돼. 땅굴같은 곳으로 침투했나 싶어서 급기야 묘지를 파헤치게 됐어. 땅굴 같은 것은 결국 발견되지 않았고, 북한군복을 입은 유해들은 한데모아 불질러버리고 남한국군들만 다시 묻게 됐어. 북한군을 파헤친 구덩이들만 덩그러니 메꿔지지도 않고 남게 됐는데 주인잃은 묘지들이었지. 그걸 그냥 묻었어야했는데...

 

 

 

가뭄은 심해졌고 더욱 먹고살기 힘든 농가쪽 사람들은 북한군을 꺼낸 묘지에다가 죽대창 같은걸 만들거냐 트럼통같은 것을 설치해서 멧돼지 덫을 놓아버렸어.마을 어귀여서 농가로 접어드는 멧돼지들이 많이 출몰햇었다니까..

 

 

 

그 후로 꼭 하루건너 하루면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그 모습이 해괴하고 기괴했다고해. 증조할머님께서는 굿판을 벌이고 위령제를 자주할 정도로 불려나가셨다고 하는데. 할머님이 사정을 알고보니 덫으로 개조 해놓은 묘지마다 사람이 한명씩 죽어서 발견됐대.

 

 

 

어떤사람은 자기가 묘지에 설치한 트럼통에 실수로 빠져버렸는데 멧돼지가 잡식성이다보니 그 사람도 잡아먹으려고 자기도 묘지안으로 뛰어들어선 뜯어먹었다는거야. 하체는 어디가고 없고 벌써 상체만 남아 멧돼지에게 뜯기고있었다고 해. 증조할머님은 직접 보셨다고;; 또 어떤사람은 묘지안에서 아직 죽지 않고 손뻗어서 땅집고 올라오면 되는데 나오지도 못하고 정신이 나가서 발발떨고 있더라는거야.

 

 

 

물어보니 간밤에 덫에서 끼에끼에 하는 새끼돼지소리? 가 들려서 가보니 돼지는 없고 왠 시꺼멓고 동그란게 파헤쳐진 묘지안에 있더래 그래서 잔뜩놀라가지고 호롱불을 비춰보니 여잔인데 북한장교모를쓰고 묘지를 맨손으로 파고 있었다는 거야. 그러다가 고개를 획 돌리니 윗니 아래쪽은 포에 반파가 되었는지 너덜너덜하고 눈동자도 어딜 보는지 모르겠었대. 굉장히 높은톤의 목소리로 자신이 누굴찾고있는데 도와달라고 그냥가버리면 총쏴죽여버리겠다고 해서 나오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땅을 파다가 보니 여자가 없어졌다는거야. 손을 보니까 거짓같지는 않았다더라.

 

 

 

어떤 미쳐버린 남자는 밤만되면 묘자리 안에서 조용조용하게 -사삭 사삭-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호롱불을 비춰보면 소리는 누가 자신을 탁 치고는 도망가는데 검은 사람 형체같은게 재빠르게 사라지고 그랬대..

 

 

 

날이지나고 꼭 덫을 설치한 곳에는 멧돼지 대신에 사람이 죽어있고 빈 묘지에는 누가 미쳐서 들어가있고 이런일이 계속 일어나니까 묘지가 자기 주인찾는 것 같다고 귀신들기전에 제를 지내야한대서 큰 굿판을 벌이고 패여진 묘지에는 소나무 묘목들을 심고 금줄을 치고 향을 피웠다고 해. 그리고 나선 그뒤론 별일 없었다고 하는데, 사실 증조할머님은 영을 보지만 사람들에겐 잘 말을 안하는 편이래. 그 후로도 풀을치러가면 솔잎이 불긋불긋하고 해가쨍쨍한 대낮도 그곳만 음산하고 검은 사람형채 같은 것들이 군모를 쓰고 조용조용히 나무뒤에 숨어서 자신이 풀치는 것을 지켜봤다고 해..

 

 

 

최근에는 그 생명령강한 소나무들도 다죽어서 다 들어나고 잔디를 심어도 파릇해지지않아서 방치중이야. (지금도 문경시 점촌에는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고 건너편에 문경제일병원과 정신병원이 있어.)

 

 

 

 

 

4. 부정을 배신한 언청이

 

 

문경은 특산품중에 도자기가 있을정도로 불로 만드는 도기나 쇠기들이 유명하고 인간문화재도 있을정도야. 오늘 적을 내용은 메질꾼에 관한 내용이야.

 

 

 

점촌에 탄광이 들어서기 훨씬 오래 전 1920년대에는 소랑 돼지를 키우는 가축업과 벼농사와 밭농사가 요된 업이었다고 해. 때문에 쥐나 해충이 들끓었고, 여름이면 도축한 가축이 빨리상해서 질병도 깊었다고..

 

 

 

당시엔 지금처럼 서양식 병원도 없었고, 동양식 한의원도 읍내엔 없었다고 해. 그래서 무당이나 역술인 보살들이 조금정도의 약초학을 공부하고 요법같은 것들로 상하고 덧난 것들을 치료를 조금 담당했다고 해.

 

 

 

하루는 증조할머님이 불공을 드리고(모시는 신명님이 불가계통의 육도인? 인가 오도인?인가 그렇다고 들음. 불교인이 아니라 잘 모른다.)

 

정수를 떠다 약산에서 읍을 드리는데(뭐 기도 같은 거래. 제사지내고 조상님께 새해 원을 비는 그런것과 비슷한 듯)키는 짤딸막해서 다부진 아저씨가 허겁지겁 증조할머님을 찾더래. 해서 읍을 끝낸후에 떠다놓은 정수(맑은 물)를 그 아저씨에게 줘 버리고 숨을 고르고 왜그러냐고 물으니. 자식놈이 손이 병신이 됐는데 도와달라더래.

 

 

 

사정인 즉슨, 그 아저씨는 가은 아자개장터에선 알아주는 유명한 대장장이 였어. 놋쇠도 만들고 날이선 쟁기도 만드는 유능한 대장장이었지. 당시에 농업과 가축업이 왕성했으니 쟁기나 도축도구들이 잘 팔렸고 대장간이 장사도 잘 되고 덕분에 좋은 새댁만나 장가도 가게 됐는데, 이듬해에 나온 자식놈이 언청이가 심했다고 해.

 

 

 

그놈이 머리도 멍청하고 말도 어버버하니 친구도 없고 그런데도, 심성이 고와서 아버지를 따라서 일도 곧 잘 도와주고 그랬어. 다행이도 부모가 좋은분이어서 아버지도 자식에게 대장간이라도 물려주려고 열심히 가르쳤고, 아버지에게 좋은 메질꾼이 되기위해서 언청이 자식놈도 더욱 열심히 했다지. 메질꾼이 뭔가 하면 대장장이에서 한사람이 달군 쇠를 잡고있으면 한사람이 망치로 땅!땅! 내려치잖아? 그 것을 메질꾼이라고 그래.

 

 

 

그런데 한날은 지 아버지 도와준다고, 석틀에 부어논 쇳물에서 달군쇠를 급하게 꺼내다가 그만 쇳물이 튀어서 손을 지져버렸다고해. 자질러지는 비명소리를듣고 아저씨가 황급히 나가보니 아들놈이 손을 잡고 나뒹구는데... 가서 보니 검지부터 중지약지까지 손가락에 쇳물에 데인거야. 황급히 찬물로 씻고 보니 살이 고온에 뒤엉켜서 엉겨붙어 버렸다더라. 어찌해야되나 하다가 들은건 있어서, 쑥을 빻아서 올려보고 차도를 지켜보니 아물긴 했는데 벙어리 장갑 처럼 손가락중간마디들이 하나로 붙어버린거지.. 엄지와 새끼손가락 빼고.

 

 

 

아무튼 근처에 병원도 없고 한약방 이런대도 없고 용한 무당집은 증조할머니가 이름이 있어서 찾아온거야. 증조할머님이 그 아저씨를 따라서 절간으로 가보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리는 더벅해서 냄새가 나고 입은 사구안와 걸린것 처럼 돌아가서 보기 흉측했다고 해. 얼른 그 대장장이 부자(父子)를 방으로 들여 손을 보니까 이건 뭐 제대로 붙어 아물어버려서 고칠방도도 없고 덧나지 말라고 소염효과있는 단약하고 붙이는 검은 고약같은걸 줘서 보냈대.

 

 

 

그리고 몇 일이 지나고 그 부자가 또 온거야. 몰골을 보니 언청이 아들놈은 손에 아버지가 입던 적삼을 둘둘 감고 있었는데 피가 흥건하게 고여서 뚝 뚝 떨어졌다고 해. 그래서 황급히 들여서 상처를 보니 손가락들이 다 떨어져있는거야. 지혈제를 뿌리려고했는데 찾아도 지혈제가 없어서 갖고있던 노리개에 호박보석을 빻아 가루를 내서 지혈을 했다고 해. 언청이 손에 고약붙이고 적상추로 뜸을 만들어 태워서 한숨재우고 난 뒤에 뭔일인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한동안 자신혼자 일하는걸 지켜만 보다가 또 도와주고 싶어서 붙어버린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하는데, 그게되나. 자루가 미끄러지고 헝겊으로 닦거나 하는 세밀한 일들은 잘 되지도 않고, 괜히 쟁기들만 더 망치니까 속에서 복장이터지고 천불이 쌓였는지. 낫으로 갖다가 손가락을 떼려고 그어버렸다는거야. 증조할머니는 참 그 독기에 질리기도 하고, 애가 딱하기도 해서 갖은 정성으로 언청이를 돌봤다고해. 물론 그놈 아버지도 어머니까지 대동해서 장사도 포기하고 정성으로 돌봤고, 그런데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언청이 놈이 낫 갖다가 억지로 손가락을 떼는 과정에서 날이 엇나갔던 모양인지 힘줄이 끊어져서 중지와 검지는 꿈쩍거리지도 못하게 된거야.

 

 

 

어쨋든 이젠 글도 못쓰고 아예 메질도 왼손으로만 해야하니 쇠가 담금질도 제대로 안 되고 망치질도 제대로 안 되서 형편없던거지. 그래서 아저씨 혼자서만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아들놈은 글도 못써, 언청이라 말도 잘 못해, 머리도 둔해서 가축도 못치고 여러모로 골칫덩이가 된거야. 그집 어머니는 홧병이 나서 쓰러지고 아저씨는 하나뿐인 독자가 그 지경이 됐으니 일할맛이 나나. 돈 벌어도 고기국 먹는게 단데.

 

 

 

해가 지나고 증조할머님이 장터 저잣거리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셨는데 제를 지낼 놋그릇을 사러 대장간에 들렀는데 진열된 물건도 없고 장사는 안 하는지 사람도 없는거지. 해서 무슨일인가 물어보니 그집 아저씨가 속병이나서 앓아 누웠는데 마누라는 홧병나서 도망가고, 자식놈이 혼자서 돼지치고 밥해서 아저씨를 모신다는 거였어.

 

 

 

그런가 보다 하고 다른집에서 그릇을 사고 돌아왔대. 또 다시 몇달 지났나? 마을 잔칫날이라 굿도 벌이고 제도 지낼겸 해서 마을사람들이 증조할머님을 불러서 채비를 하고 마을을 갔더래. 굿을 잘 하고 나서 마을사람들이 잔치를 벌이는데 그 언챙이놈이 잔치하는 집 어귀에서 어물쩍 대고 있었대. 팔에는 때가타서 검은 삼베적삼을 둘둘감고 더벅머리에 냄새는 어찌나 심한지...

 

 

 

"내,내도 하.한잔 머.먹고갑시다." 하고 어눌하게 입을열어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거야. 그래서 왜 저 언챙이 청년은 잔치에 안 끼워주냐고 물었더니 "한달 전에 저놈 애비가 속에 병이나서 죽었는데, 장을 치뤄주는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제대로 저놈 애비 장을 못치룬거지. 쯧쯔.. 딱하게 됐어. 그래도 저놈도 하등 나을거 없지. 저놈이 멍청하고 속알맹이가 없어서 그런지. 먹여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거지꼴을하고 구걸이나 하고, 도벽이 있는지 장터에 넘의음식 훔쳐먹고 그러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더라니. 좋게 볼 사람이 어디있누?" 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래.

 

 

 

아무튼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언챙이놈이 넘어지면서 팔에 두른 삼베적삼이 풀어헤쳐져 버렸는데, 증조할머니가 정말 두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해. 그 멍청한놈!,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중간부분이 바느질이 엉성하게 되어있고 불에 지진것 처럼 썩어 문드러졌는데, 중간 마디위로 손가락이 시커멓더라는거야. 증조할머님이 식겁해서 단걸음에 달려나가서 언챙이를 붙잡고 이 손이 어찌 된거냐고 물었더니, 순진한 얼굴로 하는 말이 더 가관이더래.

 

 

 

"아바이가 죽고 없으니, 내 할줄아는 것은 메질뿐인데, 손가락이 션찮아 메질을 못하니. 돌아가신 아바이를.."하면서 꺼낸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 지 아비가 죽고 관을 묻으려 땅을 파는데 도와줄 사람없고 지게에 관을 지고 산에 올라오니 힘들었다는 거지. 죽을동 살동 땅을 파서 아버지를 묻는데 손에 힘이 풀려서 관을 엎었고 아버지의 유해가 삐져나왔는데 문득 아버지의 손가락을 보니 꿈찔거리지도 않는 자신 손가락보다 멀쩡하고 단단해 보였다는거야.

 

 

 

해서 낫으로 아버지의 손가락을 잘라다가 자신의 검지 중지 약지를 중간만 남겨두고 자르고 아버지의 손가락을 꿰메고 불로 지져서 붙였다는거야. 그런데 그게 되겠어? 살은 썩어서 욕창이나고 너덜거리기까지하고. 마을사람들도 그걸 다 듣고는 혼비백산하고 잔치고 뭐고 난리가 났지. 언챙이는 매질을 당하다가 맞아 죽기직전까지 돼서 마을에서 쫒겨나고, 증조 할머니는 언챙이의 아버지묘에서 제를 지냈다고 해.

 

 

 

이 후에 마을에서 공부 안 하고 글 못쓰는 애들이 있으면 언챙이가 손가락 잘라간다고 자주 그랬다고 해. 우리 할머니도 그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가 왜 나온건지 물어봤다가 들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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