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2년 전 혼자 살때 꿨던 꿈 이야기야.
밤낮이 바뀌었던 나는 항상 해가 뜰 때,
잠이 드는 편인데 그 날따라 밤 12시가 넘자마자 잠이오는거야.
꾸벅꾸벅 졸면서 핸드폰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꿈을 잘 안꾸기도 하고 꿔도 일어나자마자 까먹는 편인데,
그 날 꾼 꿈은 2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공기, 분위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다 생생히 기억나.
당시 꿈에선 다니던 학교 휴식시간 이였어.
가을 햇볕이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익숙한 복도를 따라서 항상같이 다니던
여자애들이랑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었어.
온통 주위가 밝고 따뜻했어.
친구들이 과제했냐 , 이 교수 지라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걸 들으며
내가 제일 앞에서 걷고있었는데,
문득 느낌이 이상해 뒤를 돌아봤더니
늘 같이 다니던 친구들 말고 처음보는 여자애가 마치 예전부터 알고있던 사이인것 마냥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걷고 있더라.
긴 흑발 생머리에 피부도 유난히 하얗고 속눈썹도 길고 정말 너무 예뻤어.
친구들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애들 하는 이야기 듣고 간간히 싱긋 하고 웃는데,
그 웃음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 애 외모에 빠져들었어.
넋놓고 걔를 보면서
'아...진짜 예쁘다...'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걔랑 눈이 마주친거야.
눈이 마주치자마자 날 보고 한번더 방긋 웃는데,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예뻐서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더라.
그냥 멍하게 걔 얼굴만 봤어.
진짜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같이 너무 예뻤거든.
근데 얘가 갑자기 얼굴이 막 일그러지기 시작하는거야.
이상하다라고 느낄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살짝 미소짓고있던 입꼬리가 일그러지면서
귀까지 찢어지는거야.
그 예쁘던 얼굴이 한껏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서는
경련하듯이 바들바들 떠는데, 핏발이 잔뜩 서서 충혈 된 눈으로
계속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어.
그때부터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온 몸에 힘이 탁 하고 빠지는데,
이대로 주저앉으면 걔가 나한테 달려들것 같았어.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나와 그 여자애 둘만 남은 복도는 시공간이 멈춘것 같았어.
아까까지만해도 여느때와 다름없던 복도였는데,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자꾸만 내 몸을 찍어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고
귓가에는 내 심장소리와 억지로 억지로 공기를 들이키는 내 숨소리만 들려왔어.
도망가야겠다란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정리 된 순간 본능적으로 미친듯이 뛰었어.
자꾸 내 몸에 엉겨붙어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를 발로 차내듯 죽기 살기로 뛰다가
발이 엉켜 비틀거리는 찰나에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애 A가 자판기 앞에 서있는게 보이더라.
살았다싶어서 걔를 목이 터져라 불렀어.
내 목소리를 들은 A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내 뒤에서 쫓아오던 여자애를 보고 얼굴이 굳는거야.
그리고는 앞으로 고꾸라지던 날 A가 낚아채서 그대로 미친듯이 뛰었어.
근데도 역부족이더라.
A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도
언뜻 본 그 여자애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일그러뜨린 미소를 지으며 우릴 노려보며 뛰어오고 있었어.
결국 A는 넘어지면서 나한테
"숨어!!"
하고 소리쳤고 ,
나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두 팔과 두 다리로 억지로 바닥을 기어 화장실로 숨었어.
문을 닫으려는데 그 여자애가 닫히는 문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날 잡으려고 휘적대는데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에 남은 힘을 짜내어 문을 닫았어.
쾅쾅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
밖에서 개가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는데,
온 몸이 떨리니까 문을 잠그기도 쉽지 않더라.
겨우겨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문을 잠그고 화장실 칸 안에 기어들어가 숨었어.
변기 위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줄어들고 곧 조용해지더라.
근데 뭔가 이상한거야.
뒷목이 서늘한 느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걔가 화장실 천장 환풍구에서 머리만 내놓고 나를 보고있었어.
그때 든 생각은
'아...나..이제..끝났구나..'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 화장실 바닥에 내가 누워있고,
7~8명이서 날 쳐다보고있었어.
그리고 내 팔과 다리를 그 사람들이 붙잡고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
'이건 꿈이야.
나 이꿈에서 못깨면 진짜 죽는다.
나 이러다가 죽어.
깨야된다.
깨야해'
속으로 미친듯이 잠에서 깨라고 소리치는데 그 여자애가 비웃듯이 말하는거야.
"야 , 얘 깨려고 한다.
빨리 끝내자"
"너 꿈에서 못깨.
그냥 죽어"
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진짜 죽을것 같아서 억지로 눈을 떴어.
방 안이 정말 암흑이더라.
원래는 창문 밖에서 가로등 불도 비치는데,
그때는 방 안에 한줄기 빛도 없이 어두웠어.
근데 웃긴게,
나는 분명 꿈에서 깨서 내 방 침대야.
근데 침대랑 벽 사이로 공간이 살짝 보이는데,
내가 잡혀있던 학교화장실이 보이는거야.
그리고 내 귓가로 그 여자애 목소리가 들리더라.
"너 꿈에서 못깨.
헛수고 하지마.
지금 잠오지?
잠 올걸?"
분명 금방 꿈에서 꺴는데도 그 여자애 말처럼 잠이 쏟아졌어.
약에 취한듯이 자꾸만 잠은 오고 몸은 뻣뻣하게 굳어가는데,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찾기위해 손을 더듬거렸어.
이대로 잠들면 진짜 죽을 것 같았거든.
휴대폰이 잡힐듯 말듯
자꾸 손을 벗어나는데 미치겠는거야.
잠은 계속 쏟아지는데 겨우 정신을 다잡고 손을 휘적거리다 폰을 움켜지고 홈버튼을 눌렀어.
시간은 5시 반.
카톡을 들어가 아무에게나 카톡을 보내려고 했어.
지금 내 상황을 알려야할것 같았거든.
우리집이 와이파이를 쓰는데,
그때 통화권 이탈에 데이터가 안잡혀서 카톡이 안보내지는거야.
나 정말죽는구나 싶어서 다시 홈화면으로 돌아와서 문자로 들어갔어.
평소 친하던 학교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어.
[선배 늦은시간에 죄송한데,
전화 좀 부탁드려요.]
라고말야.
전송실패가 떴지만 미친듯이 전송 버튼을 눌렀어.
일단 보내지던 말던 그냥 무조건 보내자는 생각에 마지막 발악이였던거지.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어.
"죽어.
죽어.
죽어."
잠은 자꾸 쏟아지는데 나 진짜 이대로 죽는건가 하는데
그 순간 학교 선배한테 전화가 오더라.
전화 받자마자 안심이 되서 선배가 무슨일이냐고 묻는데도
미친듯이 덜덜 떨면서 그냥 막 울었어.
한참 울고나니 나 그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던 선배가 괜찮냐며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냐고 차분하게 물어보는데,
그제서야 몸이 진정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더라.
그래서 사정을 다 이야기했어.
이런 꿈을 꿨는데 자꾸 잠은 안오고 핸드폰은 먹통이여서 무서웠따며 말야.
게다가 원래 이 시간에 가로등 불빛 때문에 방이 환한데,
지금은 바다 깊은 속마냥 너무 어두워서 무섭다고 말야.
그러니 선배가 웃으며 마침 작업할게 있어서 밤 새고 있었는데, 내 문자 보고 놀라서 전화했다 하더라.
가위눌린거니까 진정하고 방 불을 켜보라는데,
그제서야 좀 민망하기도하고 웃기기도 한거야.
그래서 방 불을 켜고 다시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어.
전화해줘서 고맙다며 덕분에 진정되었다고 말하면서,
눈물 닦고 고개를 딱 드는 순간.
시커먼 사람 형체의 무언가가 빠르게 내 방 밖으로 나갔어.
내 꿈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아직도 나는 내 방 밖으로 나간 그 형태가 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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