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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

초롱각시 / 오싹한 공포 이야기

인적이 드문 산길의 숲은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고 아름다웠지만,

 

나무에 매단 새끼줄을 잡고 비장하게 목을 걸려하는 한 청년 덕에 비극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한참동안을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청년은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둥글게 묶은 줄의 끝부분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청년이 딛고 있던 돋움돌을 발로 탁 쳐내기만 하면

 

이 아름다운 숲에서 비극적인 끝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청년은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줄에서 빼내야 했다.

 

"여보게. 거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내 이야기 좀 들어보는게 어떻겠나?"

 

돌아본 그곳엔 나그네인 듯한 남자 하나가 삿갓을 쓰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었다.

 

왼쪽눈에 안대를 차고 있어 무서워 보일만도 하건만

 

나그네의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목소리 덕에 그런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청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군진 모르지만 남일에 참견하지 마시오.

 

난 더이상 살 이유가 없소.

 

그녀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오."

 

그 대답 만으로도 이 청년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는지 나그네는 웃으면서 되물었다.

 

"무슨 말인가?"

 

청년은 그다지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 나그네에게는 왠지 모르게 말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사모한 여인이 있었소.

 

난 그 여인을 위해 태어났다 해도 틀릴 것 없었지.

 

그녀 역시 내게 마음을 주었소.

 

시간이 지나면 우린 혼인을 하게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그 여인이 다른 이에게 시집을 가버렸소.

 

그녀의 집안에선 나 같은 보잘 것 없는놈 보다는 부잣집이 좋았던 모양이오.

 

지금 막 먼 마을로 시집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온 참이니

 

더이상 말리지 마시오. 나 혼자선 살아갈 이유가 없소."

 

나그네는 작게 혀를 끌끌 찼다.

 

청년은 곧 나그네가 자신에게 온갖 뻔한 말로 설교를 늘어놓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그네는 설교대신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었다.

 

"자네 아무래도 내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나보군.

 

내 다시 얘기하지.

 

난 자네에게 이렇게 말했네.

 

이리 와서 내 이야기 좀 들어보는게 어떤가?"

 

청년은 다시금 멍하게 나그네를 바라보았다.

 

"아 그렇지 내 소개를 안했구만.

 

난 이야기꾼 외눈박이라 하네. 외눈 박. 박씨성이니 다들 그렇게 부르지.

 

내가 이 아굿심 하나로는 조선땅에서 댈자가 없는 지라

 

세끼 밥먹듯이 입을 풀어줘야 개운해 지거든.

 

근데 이 경치 좋은 곳에서 나무에 대고 말하기는 좀 아쉬워 둘러보다가

 

자네를 보게 된것이지.

 

이야기란 자고로 듣는이가 있어야 신명이 나는 법이니

 

볼일이 있으면 좀 나중에 보고. 지금은 내 이야기나 들어주게."

 

청년은 당혹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외눈박은 그런 청년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목을 다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오다보니 여기 초롱꽃이 아주 예쁘더구만.

 

그걸 가만히 구경 하다가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떠올랐으니 내 들려주겠네.

 

자. 이 이야기는 저기 산넘고 들질러 멀고먼 숲에 살던

 

초롱각시에 관한 이야기야."

 

 

 

 

 

 

옛날 어느 멀고 먼 산속엔 햇볕조차 뚫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있었지.

 

횃불까지 삼켜버릴 정도로 깊은 어둠이 서린 그 숲은 밤의숲이라 불리며 누구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어.

 

그런데 어느날 큰 꿈을 가지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젊은 선비 하나가 길을 잃곤 그 밤의숲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

 

길도 보이지 않고 하늘도 보이지 않고 횃불을 만들어서 높이높이 들어봐도

 

빛은 한자나 될까 말까 한 거리까지 밖에 비추지 못했지.

 

낭패다 싶어 고심하던 그때, 멀리서 반딧불이 마냥 작은 불빛이 있는게 눈에 들어온거야.

 

"옳거니. 저기가 길이구나."

 

선비는 그 희미한 빛을 향해서 조심조심 나아갔지.

 

한참 동안을 돌에 치이고 풀을 헤치면서 나아가자 그 빛이 가까워졌어.

 

그리고 주변을 밝히고 있는 그 빛을 본 순간 선비의 마음에 무언가 훅 하고 들어왔지.

 

그 밝은 빛은 왠 여인이 들고 있는 초롱불이었어.

 

커다란 횃불로도 물리지 못한 어둠일진대 그 희미한 초롱불이 주변을 싹 밝히고 있었지.

 

하지만 선비의 마음을 건든건 그 초롱불이 아니라 여인이었지.

 

다소곳하게 초롱불을 들고 있는 여인은 이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어.

 

가볍게 내리깐 눈.

 

작고 도톰한 입술에 발그레하게 홍조띤 볼.

 

그걸 다 담고서도 조막만한 얼굴까지.

 

양귀비가 되살아난다 해도 이렇게 곱지는 않았을거야.

 

선비가 당황해서 말도 못꺼내자 여인이 악기처럼 감미로운 음성으로 말했어.

 

"길을 잃으셨군요.

 

이 숲은 기운이 강하여 이런 신묘한 물건이 아니면 앞을 분간 할 수 없습니다.

 

밖으로 안내해 드릴 수는 있지만, 지금은 해가 떨어져 위험하니

 

오늘은 저의 집에서 하루 묵고 가시는게 어떨지요."

 

선비는 홀린듯이 여인을 따라 숲 깊은 곳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어.

 

"식구는 아무도 없소?"

 

대궐같은 집이지만, 식솔은 커녕 짐승소리도 들리지 않아 선비가 물었지.

 

"소녀 팔자가 기구하여 오래전 가족을 모두 잃고 이 외진곳에서 쓸쓸히 혼자 살고 있나이다.

 

그렇다고 살림이 어려운것은 아니니 걱정말고 방에서 쉬고 계시지오.

 

숲에서 헤매시느라 기력이 상하셨을테니 술상을 봐드리겠습니다."

 

여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방을 내주었지.

 

선비는 꿈이라도 꾸는 것 처럼 얼떨떨한 기분이었어.

 

금세 차려진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그 어여쁜 여인이 웃으며 향긋한 술까지 따라주자

 

얼떨떨 하다못해 머리가 어질해지기까지 했지.

 

그래선지 두어잔 받아먹은 술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거야.

 

선비는 여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황홀해서 억지로 감기는 눈을 붙잡아 버텨보았지.

 

이대로 잠들어 버리면 날이 밝을 것이고 그럼 여길 떠나야 할테니 말이야.

 

하지만 눈꺼풀은 천하장사가 와도 못들어 올리는 법이니 순식간에 픽 하고 정신을 놔버렸지.

 

그렇게 한동안 꼭 둥지에서 품어지는 새알 마냥 푹 자고 일어나니

 

이게 웬걸 그 아름다운 여인이 제 품에 꼭 안겨서 자고 있는게 아니겠어?

 

뭐 그렇겠지.

 

야심한 밤에 술이 있고 남녀가 한방에 있으니 이런 사단이 나 마땅했지.

 

아무튼 부스스 깨어난 그 여인에게 당당히 책임을 지겠노라 말하니

 

그 여인도 싫지 않은지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는게 여간 예쁘지 않았다 이거지.

 

문제는 이 선비는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거였어.

 

“내 이제 막 혼인을 약조한 참이지만 그대 곁을 잠시 떠나야 하오.

 

나 역시 떨어지는 것이 내키지는 않으나, 과거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었으니 잠시간만 기다려 주시오.

 

내 꼭 합격을 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소.

 

그러니 이 숲을 나가는 법을 알려주시오.”

 

그렇게 말했지만 여인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어.

 

“이 숲의 밤은 기나이다. 원체 깊고 진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밖에서의 하룻밤이

 

이곳에서 며칠은 될터이니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해가 뜰때까지 기다리시지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니 과연 한숨 푹자고 일어났음에도 밖은 여전히 밤인거라.

 

해가뜨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을 하고 있자니 여인이 다시 술상을 차려 들어왔지.

 

“저녁 술상을 차려왔습니다. 밤이 지나지 않아도 허기는 질 터이니, 저녁상을 몇 번이고 받으셔야 합니다.”

 

그때부터 행복하고도 기묘한 밤이 계속된거야.

 

저녁상을 받아 여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여인을 품에 안고 잠들고.

 

한참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그날 밤이었으니 다시 저녁상을 받고 함께 술을 마시고....

 

말도 못하게 행복해서 선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어.

 

그렇게 열두번째 저녁상을 받고 잠이들었을 때.

 

선비는 귀청이 나갈 것 같은 비명소리에 놀라 눈을 떠야 했지.

 

정신을 차려보니 웬 낭인 하나가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서는 칼을 들이밀고 있었어.

 

“왠 놈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게야! 그 손 당장 놓지 못할까!”

 

선비가 분연하게 일어나 일갈을 퍼부었지만, 낭인은 전혀 동요 없이 말했어.

 

“정신 차려라. 넌 지금 초롱각시에 홀려있으니. 네 꼴을 제대로 보고 이년의 꼴을 제대로 봐라.”

 

선비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

 

다시 봐도 아름다운 연인인데다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더듬어 봐도 이상한건 없었거든.

 

그걸 보고 있던 낭인은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그대로 칼로 여인의 목을 쳐버렸어.

 

“안돼!!!”

 

놀란 선비가 소리쳤지만 이내 숨을 헛 하고 들이쉬어야 했어.

 

좀전까지 아름다웠던 여인은 온데간데 없고, 낭인에 손에 들린건 아귀같이 생긴 요괴의 머리였지.

 

머리위에 초롱불 같은걸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끔찍한지

 

당장이라도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어.

 

그제야 선비 눈에 씌인것들이 벗겨져 사방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지.

 

저녁상이라고 차려진 건 구더기에 지렁이요, 술이라고 따라진건 구정물.

 

선비가 들어앉은 곳도 대궐같은 집이 아니라 습하고 축축한 동굴 안이었지.

 

다시 내려다 본 손은 꼭 해골마냥 앙상해있었고 더듬어본 얼굴도 탁하고 힘을 잃어있었어.

 

낭인은 선비에게 말했지.

 

“난 요괴 사냥꾼이다. 초롱각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치를 하러왔지.

 

초롱각시는 남자들을 꾀어 환각을 걸고는 정기를 뽑아먹는 요괴다.

 

네놈은 하루 이틀만 더 지났어도 송장이 되었을거다.

 

차림새를 보니 과거보러 올라가던 중인 것 같은데, 시험은 이미 끝났으니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그리고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요괴 사냥꾼은 사라졌어.

 

초롱각시가 죽어서인지 숲은 어둠이 물러가 있었지만,

 

청년은 허탈함에 주저앉았어.

 

우습게도 요괴에 홀려 시험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졌다는 생각 때문에 살 의욕을 잃어 버린거야.

 

초롱아귀에게 홀려있던 그 시간이 선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거든.

 

그걸 잃었으니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지.

 

 

 

 

외눈박은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든 청년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어떤가? 바보같지 않은가?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사랑 타령하는 그 선비가 말이야.”

 

청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상황과는 분명 다르지만,

 

죽겠다고 나서는 자신의 모습만은 선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져서였다.

 

“뭐 다행히 그 선비도 그렇게까지 어리석지는 않았어.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공부를 했지.

 

헛된 집착은 버리고 그저 열심히 살아가기로 결정한거야.”

 

청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외눈박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선비는 나중에 장원급제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거요?”

 

외눈박은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게... 뭐 그랬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지.

 

이 과거 시험이란게 그리 만만치 않았으니 결국 떨어졌다고 하더구만.

 

아 대신 마을에서 참한 색시를 얻어서 자식도 낳고 손주도 보고 잘 살았지.

 

천수를 다 누리고 가족들 품에서 잠들 듯이 편하게 눈을 감았다고 들었어.

 

사람 일이란게 다 그렇지 않겠나?

 

부귀영화는 아니더라도. 천상지애는 아니더라도.

 

목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살 구실이야 생기기 마련이고

 

또 살다보면 또 그럭저럭 살법해 지기 마련이니까 말이야.”

 

“어떻게든 살아지기 마련.....”

 

청년은 조용히 외눈박의 말을 되뇌었다.

 

그걸 보고 있던 외눈박은 개운한 표정으로 일어나며 말했다.

 

“자. 그럼 이 외눈아재 이야기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겠네. 들어줘서 고맙구만.

 

그럼 입도 풀었고 다리쉼도 했으니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뭐 내 볼일은 끝났으니 하던거 마저 하시게.”

 

외눈박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서는 청년에게서 멀어져 갔다.

 

청년은 한동안 외눈박의 뒷모습을 보다가 새끼줄을 걸어놓았던 나뭇가지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걸어놓았던 새끼줄은 보이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건 이야기 값으로 내 받아감세.

 

재미난 이야기였으니 그리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게야.”

 

언제 걷어갔는지 모를 새끼줄을 흔들어 보이며 껄껄 웃는 외눈박의 모습에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느긋한 걸음으로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로 가는 길가엔 외눈박의 말대로 초롱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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