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어렸을 때 무서워하는게 참 많았어.
샤워 커튼 뒤에 괴물이 숨어있을 거라며 ,
밤에 침대에서 내려오면 커다란 발톱이 내 발을 잡아챌거라고 겁먹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외계인이 엄마를 납치한 다음에 엄마로 변장한 스파이를 보내서
우리 가족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때 전부 죽일거라는 생각에 무서워졌어.
말도 안되는 소리인건 아는데 당시 아홉살이였던 나는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했었거든.
결국 난 엄마랑 나만 아는 암호를 정해서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구별하기로 했어.
엄마에게 내 계획을 말했더니 당연히 엄마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웃으셨어.
하지만 나한테 박자를 맞춰 주셨지.
내가
"내 토끼 어딨어요?"
라고 물으면 엄마는
"여행가방에 숨겨뒀지"
라고 하시는 걸로 했어.
이 엉뚱한 문답을 어떻게 생각해낸건지는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아무튼 그 어린 시절에 며칠에 한번씩 토끼 질문을 불쑥하면 엄마가
"여행가방에 숨겨뒀지"
라고 꼭 대답해주셨어.
커서 더 이상 외계인의 납치를 무서워하지않게 됐을 때도 가끔 웃자는 소리로
엄마한테 뜬금없이
"내 토끼 어딨어요?"
라고 물으면 엄마는 항상 웃으면서
"여행가방에 숨겨뒀지, 우리딸"
이라고 하셨고 ,
현재로 시점을 옮기자면 난 가족이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보통 긴 휴일이 있을 때나 집에 가곤 해.
이번 봄방학에는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대신 집에 왔어.
요즘 엄마가 기분이 좀 그런것 같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
내가 있으면 엄마 마음이 좀 편안해지려나 싶었거든.
방금 엄마가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것처럼 침대 이불을 덮어주셨는데
그러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거야.
그래서 엄마가 방을 나가실 때 물어봤어.
"엄마 , 내 토끼 어딨어요?"
엄마는 조금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보셨어.
"무슨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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