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사과드리지만 이 이야기에는 귀신 같은 건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정신이 좀 이상한 저의 이야기입니다. 내용도 길고 글도 잘은 못씁니다. 관심 없으면 넘어가세요.
저는 여자이고 현재 31세. 병명은 해리성 동일성 장애, 장애 2급. 해리성 동일성 장애란 알기 쉽게 말하면 다중인격. 그런 저의 인생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엄마에게 세게 얻어맞고, 차이고, 계단에서 밀려나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매일같이 폭력과 폭언을 당하고 엄마는 돈을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른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나는 어머니의 돈을 밤마다 훔치고 있었던 것 같다.
1000원이나 5000원 정도의 귀여운 금액이 아니라 십만원 단위의 금액을 훔쳐 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귀신 같은 형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어머니뿐이지 돈을 훔친 기억이나 그 돈을 쓴 기억은 없다.
다음에 눈을 뜨자 나는 중학교 학생회장이 되어 있었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조용한 편이었고 교실 구석에서 자작 만화를 그리는 듯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란스러워하며 친구에게 이야기를 묻자 굉장히 재미있는 연설을 해서 학교 안의 표를 모았고, 이전의 기반도 경험도 없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다음에 눈을 뜨니 이번에는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3개월 정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의 기억은 없다.
왜 오지 않았느냐고 선생님이 나무랐지만 아는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
다음에 눈을 뜨니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응시하기로 했던 학교보다 수준이 낮은 학교였는데 아무래도 추천으로 입학했다는 것.
한참을 영문도 모르고 다녔지만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고1 겨울에 자퇴했다.
다음으로 눈을 뜨면 나는 17살인데 스낵바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당 50000원으로 저녁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기숙사 포함. 아버지가 아는 가게라고 했다.
술로 지구가 돈다는 경험을 한 것은 나중에도 이 때 뿐이었고, 나는 술 마시는 법을 배웠다.
다음으로 눈을 뜨면 나는 19살이고 시상대 위에 있었다.
그곳은 KDDI의 본사로, 나는 파견 사원으로 프로바이더 계약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담당 구역 획득 건수가 300%를 넘었다느니 어쩌느니 상장과 금일봉을 받았다.
사는 곳은 스낵바의 기숙사가 아니라 낯선 남자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미남이었고, 노래를 잘 불렀고, 가수를 꿈꾸며 보컬 스쿨에 다녔다.
나와 카피 밴드를 하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 보컬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겁이 나서 모든 것에서 도망쳤다.
다음으로 눈을 뜨면, 나는 20살이었는데, 왠지 살던 곳이 아니라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에 있었다.
월세 오십만원짜리 원룸에 살면서 세미더블 이불과 PC가 한 대라는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건이 너무 적어서 그런지 방은 쓸데없이 넓었다.
멍하니 있으면 달그락달그락 열쇠 열리는 소리가 난다. 낯선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빈 말로라도 귀엽다고 할 수 없는 그 여자아이는, 나를 쳐다보며 "밥은?"이라고 물어 왔다. 동거하고 있는가 했더니, 그녀는 오사카 사람으로, 부모의 학대에 당해서, 왠지 내가 숨기고 있었던 것 같다.
무슨 연결고리로 그런 얘기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묘한 동거생활을 해봤다.
관찰하다가 알게 된 것은 그녀는 전혀 일할 기미가 없고 청소도 안 하고 요리도 못하면서 편식도 심했다.
양파는 다져서 사탕 색깔이 될 때까지 볶아야 먹고 채소 전반을 거의 궤멸적으로 안 먹었다.
가끔 게임 동료라고 말하는 남자(작은 예쁜 호청년이었다)가 오사카에서 하마마츠까지 놀러왔고, 그때 나는 처음으로 몬스터헌터를 했다.
남자가 올 때마다 그녀는 남자와 외박을 했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왜 내가 부양하고 있을까 하고 의아해했다.
싸우지 않고 즐겁게 살고는 있었지만 사람 한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힘들고 저금도 바닥날 것 같고 무엇보다 기분이 별로였기 때문에 나가 달라고 했다.
그 사실을 알리자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마중은 바로 왔다. 게임 동료라고 말하는 남자였다.
헤어질 때 그녀가 한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폭력도 휘두르지 않고 몸도 만지지 않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 잊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남자친구인 줄 알았던 남자가 원조 교제 상대라는 말을 듣고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으로 눈을 뜨면 나는 23살로 도쿄 타이토구에 살고 있었다.
기억하는 한 나는 몸무게가 80kg 가까이 나갔을 텐데, 왠지 날씬해져 있었고, 가장 놀란 것은 속쌍이 선명한 쌍꺼풀로 바뀌어 있었고, 옛날부터 콤플렉스였던 얼굴의 점 11개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성형을 했다. 어디서 그런 돈이? 영문도 모르고 밖으로 나가보니 로비가 휘황찬란한 오토락 아파트였다.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익숙하지 않은 휴대폰을 조작해 정보를 긁어모아보니 나는 요시하라의 고급 가게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집세는 90만원이었다. 어지러워.
다음에 눈을 뜨면 나는 25살이 되어 있었다.
주거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이번에는 긴자의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의상 케이스에는 기모노나 드레스가 걸려 있고, '마마'라고 등록된 착신에 조심조심 전화를 받아보니 "어제의 무단 결근은 용서하지만, 오늘 밤은 스미스씨(가명)가 계시니까 쉬면 안 돼."라는 말을 들었다.
"영어 같은거 할 줄 모르는데요"라고 했더니, "너는 영어도 중국어도 할 수 있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라는 말이 돌아왔다.
겁이 나서 기모노와 드레스를 한데 모아 쓰레기 봉투에 쑤셔 넣었다. 몸무게는 34kg이었다. 닭뼈 같았어.
다음에 눈을 뜨면 나는 26살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하라주쿠에서 캬리파뮤파뮤(일본가수)처럼 입고 가게 점원을 하고 있었다.
다케시타 거리를 수학여행인 듯한 학생들이나 외국인에게 사진을 찍히며 걷는다.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앞서 적은 바와 같이, 내 성격은 교실 구석에서 자작 만화를 그리는 것처럼 음침한 편이고 눈에 띄는 것은 어려워한다. 도망치듯 일을 퇴직했다.
다음에 눈을 뜨면, 나는 28살이 되어 있고, 이번에는 기후현에 있었다.
낯선 여자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키가 작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어딘가 그림자가 있는 여자였다.
어딜 가나 손을 잡고 걸었다. 그게 싫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고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길래, 그냥 그런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와 나는 연인사이였고, 무려 나는 성이 변해 있었다(입양으로). 성생활도 있었다. 이상하게 거부감은 없었고, 매끄럽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둘이서 돈을 모아서 나고야로 이사했다. 신축으로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2DK. 요리는 내 담당, 빨래는 여자친구 담당. 행복했다.
다음에 눈을 뜨자 그녀가 목을 매고 자살시도를 하고 있었다.
황급히 구급차를 불렀다. 경찰이 와서 상황을 얘기했다. 그녀를 감옥에 있는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고, 나는 그동안 폐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했는데 왜. 그녀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행복의 절정에서 죽고 싶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에 눈을 뜨니 이번에는 내가 입원해 있었다.
병문안을 온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는 나이가 많이 들어, 도깨비 같은 표정은 하지 않고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끊어진 것(성이 돌아왔다), 내가 해리성 동일성 장애인 것, 이제 어머니와 함께 현지에서 살게 된다는 것.
퇴원해서 한 달 정도는 멍하니 지냈다.
점차 뭔가 하고 싶어져 장애인 센터에서 일하게 해줄 곳을 찾았다.
무사히 일자리를 찾아 하루 4시간이지만 주 5일 일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
지금까지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분명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라고. '여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올리는 게시판인데?'라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뭐가 무섭다는걸까 하면, 나는 '주'인격이 아니라는 거. 언젠가 통합되어 사라질 일부라는 것.
그리고 밤이 되면 다른 인격이 나타나는 모양이고, 음식을 먹거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제가 인격으로서의 수명이 끝나간다는 의미겠지요,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게 사라지지 않는 무서운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주'인격은 언제 깨어날까요? 눈을 뜬다고 하면 지금 '주'인격인 정신연령은 몇 살일까요?
그걸 생각하면 섬뜩합니다.
해리성 장애에 치료제는 없습니다.
상담을 받으려고 해도 저는 '주'인격이 아니기 때문에 주저하게 됩니다.
긴 글로 실례했습니다.
>>244
음, 솔직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어.
이렇게 물으면 눈치없는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체감으로 활동한 것은 어느 정도의 기간이야?
>>245
재밌다고 말씀해 주셔서 황송합니다.
제 인생은 단편적인 기억을 더해도 5년 남짓이라고 했던가요?
일상생활에서는 통괄(개개의 인격 통합자)이 지시해 주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있으면 상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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