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탄 괴담

나폴리탄 - 산장지기 일자리를 구한 날 받은 편지 / 무서운 이야기

JINSEE 2024. 7. 3. 11:00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산장의 6대 관리인입니다. 직접 만나보지는 못하지만, 편지로나마 취직하신 것을 축하드리겠습니다. 사람과 대화해본 지가 하도 오래된지라 문장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산장 관리 시의 주의점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선배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업무 내용은 지시받으셨겠지만, 직접 몸으로 겪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요.

 

 

 

우선 밤에는 절대 산을 나가면 안 되고, 낮에도 웬만하면 나가지 말라는 것은 이미 들으셨겠죠. 이제 당신이 오갈 수 있는 곳은 단 두 군데입니다. 산, 그리고 산 입구 근처에 있는 간이 사무실 이 두 곳이요. 아마 간이 사무실은 이 산에 들어오실 때 보셨을 거라 믿습니다. 낡은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있었죠? 예, 거기입니다. 전화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거기가 유일합니다. 산장에 전화기가 있기는 하지만, 사용하실 수는 없을 겁니다. 사무실은 좀 낡고 좁지만 청소만 잘 해준다면 제법 머물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한 시간 이상 있지는 마세요. 당신이 산에 없다는 걸 알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끌어들이려 할 겁니다.

 

 

 

식료품이랑 화장지, 비누 같은 생활용품은 한 달에 한 번, 간이 사무실로 배달됩니다. 날짜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입니다.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물건 같은 거면 괜찮지만 음식 같은 건 바로 가져가지 않으면 상해버리니까요. 예전에 한번 가져가는 걸 깜빡한 적이 있는데 하필 여름철이라 음식이 죄다 맛이 가버리는 바람에 그 달은 산에서 나는 것들로 연명해야 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웠죠.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사무실에서 메일로 보내시면 됩니다.

 

 

 

이제 산장 관리 안내입니다. 건물에 들어오시면 주방 식탁에 인형 다섯 개 죄송합니다, 이제는 여섯 개겠네요. 아무튼 인형들이 놓여 있을 겁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인형들이 살아 있는 사람인 척 행동하세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식사하실 때 인형들도 같이 식탁에 앉혀 두고, 주무실 때도 인형들과 같이 자고 그러시면 됩니다. 인형에게 말을 걸거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인형을 손상시켜서는 안 됩니다. 정확히는 인형 속의 내용물을 꺼내서는 안 됩니다. 더러워져도 세탁하지 마세요. 세탁하다가 인형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당신도, 앞선 선배 관리인들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인형들을 사용해서 사람들이 있는 척 속였다는 것을 그것이 알아낸다면 아무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산장 거실 벽에 종이에 ‘이 곳에는 여섯 명이 산다’ 라는 문장이 적힌 액자가 있을 겁니다. 그 종이를 꺼내서 문장을 고치세요. ‘여섯 명’을 ‘일곱 명’으로 바꾸세요. 이제 당신이 왔으니까 숫자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니까요.

 

 

 

산장 건물 근처에 닭장과 염소 우리가 있습니다. 달걀과 우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죽여서 고기를 얻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 산에서 생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제 선배 관리인이 닭을 도축하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저까지도 그 목이 잘린 채로 미쳐 날뛰는 닭과 마주치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 산에는 야생 동물들도 있습니다. 고라니, 너구리, 이런 것들이죠.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가까이 가도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당신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면 즉시 뒤를 돌아 땅만 바라보면서 산장으로 돌아가세요. 산장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가 나가셔야 합니다.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면 피부를 베어 땅바닥에 피 몇 방울을 떨군 뒤 무릎을 꿇고 눈을 감으세요.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면 눈을 떠도 됩니다. 그렇게 하면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간은 간이 사무실에도 나가지 말고 산장에만 머무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절대 산을 나오시면 안 됩니다. 이 산은 들어온 것들을 놓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선배 관리인들 중 이 규칙을 어긴 분들이 몇 명 있습니다. 가끔 그분들이 산장 근처로 굴러올 때가 있는데 안 보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모르고 봤다가 며칠 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저녁 즈음에 밖에서 뭔가 거대한 공 같은 게 굴러오는 소리가 들리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세요. 귀마개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절대 죽지 마세요. 자살하든, 사고로 죽든, 이 산에 한번 들어온 이상 죽으려 해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당신을 잡아두려 할 겁니다.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간혹 산짐승 무리 중 인간의 눈 형태를 한 짐승이 섞여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당신이 산장 일을 얼마나 오래 하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퇴직할 때가 올 겁니다. 그 때를 대비해 사람 모양 인형 하나를 준비해 두세요. 그리고 퇴직이 결정된다면, 당신의 몸 일부, 그러니까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피를 묻힌 천조각, 이런 것을 인형 속에 넣은 다음 다른 인형들과 함께 주방 식탁에 두고 산을 떠나세요. 그리고 당신의 후임을 위해 이 편지를 전해주세요. 후임 관리인이 실수하지 않도록 항상 기도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지만, 당신이 아무쪼록 잘 해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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